세계 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전자업계도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체는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활용할 원-달러 환율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예년보다 환율 전망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반응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제스처에 나스닥과 외환시장이 출렁이는 등 변수 많은 상황 때문이다.
한 가전업체 고위 관계자는 “예년이면 글로벌 투자은행 등에서 내년도 환율전망을 내놓을 시점임에도 유독 올해에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환율 기준치를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내년 사업을 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원-달러 환율 전망은 필수적 요소다. 환율은 사업 비용은 물론 매출에 즉각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새해 환율 전망에 매년 하반기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까닭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 기준 환율을 각각 1100원 선에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상방리스크에는 원화 약세, 미중 무역분쟁 지속, 미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 미국발 주가 조정이 존재한다. 하방리스크로는 견조한 수출(79개월째 흑자), 북미 대화 타결 전망, 한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다. 이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불가' 돌출 언행이 내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라는 분석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기준금리 인상이 신흥국 중심 해외 자본시장에 충격기조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도 들쭉날쭉 변동성이 크고 주기가 짧다”면서 “최근 미-중 무역전쟁 사례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럭비공처럼 변하면서 나스닥 시장과 외환시장이 같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물론 기업으로서도 내년 경기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환율 상·하방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이런 환율 변동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투자은행도 쉽게 전망을 내놓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