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23>개도국 경제 협력이 새 성장 활력소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0월 이낙연 총리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를 만나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날 양국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협력 의사를 밝혔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보리소프 총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직접 거명, 한국 기업 유치에 적극성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 우리 기업의 경제 성적표가 주춤한 상황에서 비록 원칙이긴 하겠지만 이런 경제 협력은 상징성이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이 유럽 선진국이나 중국 같은 이른바 글로벌 파워와 경제 협력을 시도했지만 실상 얻은 것은 기대에도 못 미쳤다는 점에서 더더욱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

이 총리 방문에 맞춰 한·불가리아 상공회의소 개소식을 연 것이나 양국 간 협력을 전자,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시작했으면 한다고 언급된 점도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이해되는 구절이다. 결국 관건은 개도국과의 이런 협력이 우리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데 얼마나 기여할지를 잘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따질 것이 있다. 무엇보다 첫째 이 같은 협력이 주는 경제 가치다. 분명 개도국의 내수 시장은 그 자체로 매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예로 든 불가리아만 해도 인구수는 2015년 어림잡아 725만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500달러 안팎으로, 구매력이나 시장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이런 내수 시장과 함께 따져 봐야 하는 것은 지정학 위치나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 같은 점이다. 불가리아가 전자, 자동차, ICT 분야를 협력 대상으로 언급했다는 점을 보면 나름대로 EU 시장 관문이라는 장점을 어필하고자 한 듯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 3개 분야는 소비시장 근처에서 완제품으로 조립 가공, 수출이 가능한 대표 산업이기도 한 탓이다.

둘째 우리가 보유한 강점 기술을 통해 윈윈이 가능한지도 고려해야 한다. 실상 우리의 강점 분야 가운데 발전·교량 건설 같은 사회 기반 인프라나 환경산업이 있다. 이 같은 인프라 구축 경험이 개도국에서는 가치가 대단할 수도 있다. 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열병합발전소 같은 것도 이런 예에 든다고 한다. 특히 첨단 발전소는 유해 물질을 대부분 걸러낼 뿐만 아니라 자칫 위압감을 느낄 수 있는 굴뚝도 디자인을 통해 충분히 완충해 낼 수 있다고 하니 우리 노력에 따라 이런 공공 인프라도 수출 산업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셋째 우리의 성공 경험을 살리는 것이다. 불가리아 같은 개도국이 선진국과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많이 경험한다고 한다. 기업을 유치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기술 이전과 스필오버를 통해 중소기업이 글로벌 밸류체인에 편입돼 성장하기를 바랐지만 너무 큰 기술 격차가 가로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정작 글로벌 기업 상품 시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실망감도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견할 만한 기술 노하우와 세계 수준 기업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규모 큰 내수 시장과 수출 산업도 보유하고 있다. 또 아직까지 '윈윈'할 것이 많이 남았다는 점을 긍정 시각으로 보는 듯하다.

외교 문제를 경제 협력 관점에서만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이 조금이나마 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그 결과 우리 경제가 새 활력을 찾는데 필요한 협력 외교는 전례 없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만은 간과하면 안 된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만한 경제를 쌓아올린 그동안의 경험 자체가 개도국과 협력 차원에서 신뢰할 만한 자산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개도국과의 경제 협력이 우리 경제 성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을 기대한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