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기차 보급에만 '급급'...산업화는 뒷전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이 정부 정책에 힘입어 매년 두 배씩 성장하며 '전기차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산차·배터리 등 특정 산업만 지금의 호황을 누릴 뿐, 연관 산업은 전혀 크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독일 등은 이미 전기차 단품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산업과 연계하거나 미래형 모빌리티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위협받고 있는 내연기관차 부품산업의 빈자리를 새로운 기회로 채우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관련 업계는 전기차 연관산업 창출을 위해 국가 전기사업법에 따른 전력재판매 규제 개선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다. 한국전력 이외 전력판매가 불가능한 현행법에 가로막혀 민간 주도의 전기차 충전 시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미 태양광발전과 연계한 충전인프라(유료)를 미국 전역에 구축했다. 전기차만 팔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달고 충전용 전기를 판매하고 '태양광+ESS' 연계형 사업까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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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미국 전역에 운영 중인 태양광+ESS 연계형 전기차 충전소 슈퍼차저.

일본 역시 2016년 전력판매(소매)시장이 개방되면서 전기차의 저장된 전기를 각종 전력수요(Grid·Home·Factory)로 전송하는 V2G(Vehicle to Grid) 시장이 생겨났다. V2G를 이용하면 전기차에 집단으로 저장된 전기를 인근 빌딩이나 전력망으로 보내 새로운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로 일본에선 올해 세계 최초로 전기차 중고·폐배터리를 활용한 ESS 업체까지 생겨나며 전기차 후방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독일도 BMW 등 제작사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연계형 ESS 사업화가 진행 중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후방 산업이 수년째 시범사업에만 그치고 있다. 실제 국내에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한 충전소가 시범운행 중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현장에서 유료 서비스될 수 없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ESS에 저장된 전기는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는 판매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결국 자체 생산한 전기를 서비스하지 못하고, 다시 국가망으로 보내야 한다. 이후에 충전용 전기를 다시 끌어와야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전력 전송에 따른 손실과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사업화가 어려운 이유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기술을 활용해 공간·시설제약을 받지 않는 이동형 충전기나 콘센트형 충전기도 개발됐지만, 이 조차도 전력재판매 규제에 가로막혀 서비스가 어렵다.

중소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가능한 초소형 전기차 시장도 규제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앞바퀴 2개·뒷바퀴 1개 형태의 역삼륜 초소형 전기차는 국가법에 따라 이륜차로 분류된다. 국토교통부령에 삼륜(바퀴 3개) 이상 중 최대 적재량 100㎏ 이하를 이륜차로 분류하면서다. 이 때문에 도로교통법에 따라 삼률 초소형 전기차 운전자는 헬멧을 써야 한다. 일반차와 흡사한 구조로 완성됐지만, 안전벨트가 아닌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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