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교두보가 되겠습니다.”
피터 홀든 영국 국제통상부 투자유치 자문위원이 한국을 찾았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영국 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가 프로그램(GEP)' 일환이다.
홀든 위원은 “역사적으로 영국은 항상 해외기업 유치에 힘써왔다”며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모든 기업에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GEP에는 홀든 위원을 포함해 영국 현지 글로벌 기업 대표 12명이 속했다. 이들은 세계를 돌며 영국에 본사나 지사를 낼 해외 스타트업을 찾는다. GEP는 올해 10년째 운영 중이다. 1000곳이 넘는 스타트업을 영국에 유치했다.
홀든 위원은 인수합병 전문 던워스캐피탈 설립자이자 대표다. 미국 스타트업과 중국, 유럽 벤처캐피털이 협업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한다.
그는 영국에 대해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운을 뗐다. 스타트업 생태계 규모가 세계 3위 수준이라고 했다. 근거로 스타트업 수, 인수합병 시장 규모, 정부 지원정책을 제시했다. 규제로부터도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홀든 위원은 “아마존이 미국 규제를 피해 영국에서 드론 배달사업 테스트에 나섰다”며 “신기술 기반 사업에 대해선 항상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대한 정부 간섭이 없는 것도 강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며 “산업 간 갈등이 종종 일어나긴 하지만 대체로 시장에 맡겨두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기업에는 특히 호의적이라고도 했다. 정부 지원정책을 예로 들었다. 국내외 기업 간 차별이 없다고 소개했다. 비자 개설, 연장도 까다롭지 않게 이뤄진다.
한국 선발대가 이미 영국에 정착했다. 신용카드 결제 오류를 해결하는 쎈스톤이 영국에 사무실을 냈다. 의료기기 회사도 영국에 지사를 세웠다. GEP 도움으로 영국건강보험(NHS)과 손잡았다. 영국 전역을 상대로 혈당량 측정기를 공급한다.
영국 진출 기업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홀든 위원은 이번 한국 방문에서 스타트업 50여곳을 만났다. 그는 “대여섯 곳과 긍정적 대화가 오갔다”고 귀띔했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언급하기도 했다. “딜리버루가 영국 배달시장을 평정했지만 현재 혁신의 한계점에 봉착했다”며 “경쟁력을 갖춘 배달 앱이 도전에 나선다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홀든 위원은 영국에 대한 오해도 해명했다. 물가가 비싸다는 우려에 대해 “런던을 뺀 외곽지역은 그렇지 않다”며 “지역별 산업 특성을 고려해 거점을 마련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공지능과 바이오테크 분야는 런던보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가 더 강하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를 두고는 “스타트업이나 기업 정책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파운드 환율이 내려간 지금이 영국에 들어올 최적기”라며 “현지 정착에서 파트사 매칭까지 성장 토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