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7T 뇌MRI 상용화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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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씨 7T 뇌 전용 MRI

국내 의료기기 기업이 7테슬라(T) 뇌 전용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 개발에 성공, 이달부터 사전 판매에 돌입한다. 국내에서 핵심 부품 생산까지 추진하면서 맥이 끊겨 있던 국산 대형 의료기기 부활을 예고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기업 비알씨는 7T 뇌 전용 MRI 개발을 성공, 연구 목적에 한해 국내외 병원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공급은 내년 중반부터다. 내년에는 세계 두 번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허가를 신청, 임상용 판매도 추진한다.

뇌 MRI는 뇌졸중, 치매 등 뇌 영상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질환 진단에 필수다. 전신 MRI는 미세한 뇌 혈관까지 살펴보기 어려워 뇌 질환 진단에는 전용 장비를 사용한다.

가천길재단과 IBM 합작으로 2009년에 설립된 비엘씨는 2011년부터 약 100억원 이상을 투입, 국산 MRI 개발에 착수했다. 핵심 부품인 마그넷은 영국 장비업체 마그넥스에 맡겼다. 마그넷은 영상을 얻는 초대형 자석으로, 자동차 엔진과 같다. 설계 단계부터 비알씨 소속 전문가들이 참여, 규격·기능 등을 결정했다. 최근 개발을 마치고 검수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와 병행해 국내에서 영상 촬영 소프트웨어(SW) 등 지원 인프라 개발을 완료했다.

7T 뇌 전용 MRI는 지난해 FDA 허가를 받은 지멘스 제품이 유일하다. 병원에서 쓰는 뇌 전용 MRI는 1.5 또는 3T 제품이다. 7T MRI는 3T 제품과 비교해 최대 70배, 1.5T보다는 100배나 영상이 선명하다. T(테슬라)는 MRI 촬영에 쓰는 자석 자장 세기로, 숫자가 높을수록 선명한 영상을 얻는다. 의료기기 허가가 필요 없는 연구용 제품이다. 공급까지는 6개월 이상 남았지만 국내 대형 병원 1곳과 계약 논의를 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가천대 길병원 브레인밸리에 우선 공급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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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송도 브레인벨리 뇌질환센터 전경

경쟁 제품과 비교해 성능과 가격면에서 우위를 자신한다. MRI는 성능을 유지하면서 크기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비알씨는 지멘스 제품과 비교해 높이 1.5m, 길이 60㎝, 무게 10톤 가까이 줄였다. 별도 자기장 차폐 설비가 필요 없어 무게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다. 구입 비용 역시 130억원 가까이 하는 경쟁 제품과 달리 80억~90억원 선에서 판매한다.

신영수 비알씨 총괄이사는 “MRI 도입으로 병원 구조 변경을 방지하기 위해 높이는 3m 이하로 제작했으며, 경쟁사와 달리 별도 자기장 차폐 설비가 필요 없어 보강 공사 부담도 없다”면서 “가격도 고성능 MRI 대중화를 위해 100억원 이하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7T 뇌 전용 MRI 출시와 함께 핵심 부품인 마그넷 국내 생산도 처음으로 추진한다. 송도, 평택 등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설계, 생산, 공급까지 완전한 국산화를 실현한다. MRI와 PET-CT(양전자 컴퓨터 단층촬영기)를 결합한 제품도 이르면 내년 8월 선보인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다. 신 이사는 “2020년부터 국내에서 MRI를 생산하기 위해 전문가 15명을 확보했다”면서 “소형 의료기기에 머무른 국내 산업 환경에서 MRI와 같은 대형 의료기기를 국산화해 세계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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