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내 車 산업 위기에도 파업 강행하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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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내수시장은 경기 악화로 역성장이 확실시된다. 미-중 무역전쟁, 고유가, 환율 영향 등에 의해 해외 판매 역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자동차는 판매 부진에 수천억원대 품질관리비까지 물게 되면서 경영 실적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정부, 국회, 산업, 경제 등 각계는 자동차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 현장 최전선에서 뛰는 노동조합 생각은 달라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31일 회사가 광주형 일자리 협약에 동의하면 총파업을 불사하는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총파업으로 인한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정부, 광주시, 현대차가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반값 임금'을 모토로 지역 일자리 창출을 늘리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조는 정규직 임금 하락, 기존 공장 일감 축소 등을 우려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도 같은 날 사측의 법인 분리 결정에 대해 '총파업'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측에 법인 분리 관련 특별단체교섭을 여덟 차례 요청했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이었고, 끝끝내 단체 교섭 거부로 요구를 무시한다면 노조는 총파업을 포함한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아직 올해 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한 유일한 완성차 업체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및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원 및 격려금 250%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내놨다. 사측은 올해 경영 상황 악화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노조는 지난달 한 차례 부분파업을 단행했고, 교섭은 재개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노조가 새 집행부 선거까지 추진하면서 임·단협은 해를 넘기는 것이 기정사실이 됐다.

노조가 회사 정책을 견제하고 노동자 복지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노조 잇속만 챙기려는 행동은 잘못됐다. 특히 지금처럼 산업 전체가 위태로울 때는 잠시 '휴전(休戰)'하고 하나로 뭉쳐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투쟁에는 명분이 중요하다.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노조가 돼야 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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