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은행들에 대한 자본과 유동성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를 밀어붙여 왔지만, 연준이 은행들의 규제 완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WSJ은 연준의 움직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한 '롤백'(규제 되돌리기)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연준이 추진 중인 규제 완화안은 대형은행을 규모나 리스크 요인에 따라 4그룹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JP모건 등과 같은 초대형 은행들은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자산이 1000억~2500억달러 규모의 은행에 대해서는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LCR은 유동성 위기 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이나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보유 비율을 말한다.
또 증권 포트폴리오 손익이 자본 수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와 관련해 이들 은행에 더 많은 융통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만 하는 자본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이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정성 평가) 완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자산 1000억~2500억달러 규모 은행에는 BB&T, 선트러스트(SunTrust) 등이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2500억~7000억달러 규모의 은행에 대해 자본 요건에 미실현 손익을 반영하는 방식에서 융통성을 부여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재 70~85% 수준인 LCR 완화를 의미한다고 WSJ은 평가했다.
이들 그룹에는 뱅코프, PNC 파이낸셜 서비스, 캐피털 원 등이 포함된다.
연준은 "유동성 규제 완화는 대형은행들이 보유해야 하는 유동성 자산을 430억달러 줄일 수 있다"면서 "이는 자산 1000억달러 이상 은행들이 보유한 유동성 자산의 2.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이 같은 규제완화안을 이날 열리는 연준 이사회에서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준의 랜들 퀄스 감독 담당 부의장은 규제완화안에 대해 "규제 성격은 기업 성격과 일치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규제완화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성명을 통해 "정책 변화는 우리 시스템 복원력에 핵심인 '버퍼'(완충) 역할을 약화할 것"이라면서 "납세자들이 곤경에 처할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규제완화에 반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