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가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 나선다. 연 1%대인 퇴직연금 수익률도 일부 상승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그간 저축은행업계가 여러 사업에 진출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저축은행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11월부터 시중은행에서 퇴직연금 가입자를 위한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 판매가 진행된다. 우리은행에서 판매되는 저축은행 퇴직연금은 예금상품으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확정급여형(DB형) 등으로 구성됐다. 금리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약 0.7%포인트(P) 높은 수준에 책정됐다.
앞서 우리은행과 저축은행중앙회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 출시 당시 마련한 전산망을 바탕으로 10여개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을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정성 등 테스트 등을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6일 지주계열인 신한은행에서 정기예금을, SBI저축은행 등 저축은행들도 각각 퇴직연금 관련 상품 판매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약 20여곳의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 적극적인 것은 안정적인 수신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저축은행의 수신 대부분은 예·적금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는데 상품 특성상 1년 단위의 단기고객이 많다. 하지만 저축은행 상품이 퇴직연금에 편입하게 되면 금리경쟁력이 있어 안정적인 수신확보가 가능하다. 지난해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1.88%에 불과하지만,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예금 상품 평균금리는 이날 기준 2.65%로 약 0.8%P 높다.
다만 문제는 저축은행의 한계다. 그간 저축은행이 신용카드나 펀드판매 등 금융사와 함께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한 채 유명무실해졌다. 퇴직연금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이 금리는 높지만, 5000만원까지만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한계에 유입이 클지 의문이다. 퇴직연금 특성상 재직기간이 길면 길수록 금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DB상품의 경우 사업주가 운용하는 상품 특성상 예금자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투자할 금융소비자들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고려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1%대 수익률에 머물면서 금융소비자에게 외면받았지만, 저축은행이 뛰어들면서 수익률이 일부 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저축은행의 경우 안정적인 수신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예금자보호가 5000만원까지만 가능해 소비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