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이 거세다. 이에 따라 한국 내 금융그룹이 수십년 유지해 온 전통 사업 방식을 버리고 'ICT 기반 디지털 금융그룹' 전환을 선언했다.
구글·애플·아마존 등 해외 공룡기업은 물론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혁신에 맞닥뜨린 거센 IT 격랑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작은 리소스로 거대 IT 기업과의 생존을 건 격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울돌목 결전을 치른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이 연상된다.
IT·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3대 금융지주사 모두 '디지털 금융그룹'을 선포하고 조직·사업 혁신에 나선다. 전통 조직 체계와 상품, 서비스 모두 바꾼다. A부터 Z까지 디지털 기반으로 탈바꿈하는 시도다.
하나금융지주가 30일 가장 먼저 '디지털 금융그룹' 전환을 선포했다. 데이터 기반 정보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인천 청라 소재 데이터센터에서 김정태 회장을 비롯한 관계사 대표 전원이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갖고 데이터 종합기업 전환을 공식화했다.
조직 대개편도 단행했다. 디지털 전환 추진과 프로세스 혁신 강화를 위해 하나은행 내에 디지털 전환 특임 조직과 데이터전략부를 신설한다. 업무 프로세스 혁신 부서를 본부, 자산관리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WM(자산관리) 부문을 사업단에서 웰리빙그룹으로 각각 격상시켰다.
신설 특임 조직은 영업, 채널, 상품, 시스템, 조직, 기업문화 등 은행 부문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 리소스를 접목한다. 디지털금융그룹 전환 첫 단추다.
미래 그룹 비전을 '고객 중심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설정했다. 자세하게는 △생활금융플랫폼 역할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디지털 강화 △디지털 채널 비중 40%까지 확대 등을 실행 전략으로 수립했다. 디지털 사업 인프라로 청라 데이터센터를 허브로 육성키로 했다.
KB금융지주도 국내 1호 IT기술혁신센터를 설립하고 IT 기술 개발과 사업에 나선다.
은행·증권·손해보험·KB데이타시스템 IT 인력을 응집시켜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에코시스템 등 다섯 가지 미래 기술 중심 디지털 사업을 추진한다. 지주 직속 기관으로 편제해 그룹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그룹 디지털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IT 인력 양성도 펼친다. 연말부터는 글로벌 기술기업·스타트업과 기술 협력 진영도 구축한다. 마이 데이터 사업 추진과 신기술 확보를 위한 테스트베드도 가동한다. 'KB금융그룹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모토다.
신한금융그룹은 모바일을 겨냥한 M-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모든 서비스와 상품을 모바일로 연결한다.
디지털 혁신을 이끌 플랫폼으로 세 가지 인프라를 고도화한다. 원스톱 금융플랫폼 신한 플러스를 강화해 계열사 87개 서비스를 플랫폼 하나에 담는다. 850만 고객이 빅데이터를 적용한 맞춤 상품, 제휴 포인트, 모바일 전용몰 등을 하나의 기기에서 이용한다.
신한 S뱅크와 써니뱅크 등 6개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로 통합한 신한 쏠(SOL)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챗봇, 모션뱅킹, 키보드 뱅킹 등 혁신 기술을 내재했다. 금융 슈퍼 플랫폼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수립했다. 간편 결제는 신한 팬(FAN)을 내세웠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으로 상반기 이용 금액만 4조원을 넘어섰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