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단백질에 나온 신호전달 물질을 조절하면 만성 간질환을 잡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지영 UNIST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엔도트로핀(ETP)'이 간조직 내 미세환경을 변화시켜 만성 간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ETF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간질환을 진단·치료할 수 있다고 25일 밝혔다.
엔도트로핀은 제6형 콜라겐에서 잘려나온 단백질로, 비만과 암의 연결고리로 알려져 있다. 비만 체형의 지방세포에서 크게 늘어나며 유방암의 전이와 항암제 내성뿐 아니라 당뇨 합병증의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박 교수가 처음 발견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엔도트로핀과 만성 간질환의 관계를 밝혀, 간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에 따르면 엔도트로핀은 간 손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간세포'와 '비간세포'의 상호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엔도트로핀에서 나오는 신호는 간세포를 죽게 만들고, 죽은 간세포에서 나온 물질은 비간세포와 상호작용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간조직을 딱딱하게 만든다. 결국 '세포사멸-섬유화-염증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만성 간질환과 간암이 발생한다.
박 교수팀은 간암환자들을 연구해 간조직에 엔도트로핀이 많으면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고 예후도 좋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실험쥐의 간조직에 엔도트로핀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조절하자 간암이 발생한 결과도 얻었다.
엔도트로핀은 세포 밖에 존재하는 물질이라 혈액에서 쉽게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만성 간질환 초기에 많이 나타나는 엔도트로핀의 특성을 이용하면 진단용 마커로도 응용 가능하다.
박 교수는 “엔도트로핀의 활성을 억제하는 치료용 항체를 개발하면 간조직 세포 사이에서 일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며 “엔도트로핀은 만성 간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맞춤 치료제의 표적물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교수팀은 이 결과를 기반으로 실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용 항체와 치료약물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