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이 한국 사업에 나선다. 출사표를 '공유 주방'으로 던졌다. 공유 오피스 위워크와 비슷한 모델이다. 사무실 대신 주방으로 건물을 채운다. 칼라닉이 다시 한번 성공 신화를 쓸지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트래비스 칼라닉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새롭게 시작한 공유 주방 사업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날 진행한 프리젠테이션(PT)을 보면 건물 내부에 5~7평 규모 주방 20~30개가 들어간다. 입주 가게들은 배달 음식 전문점이다. 1층에는 '드라이브 스루' 시설을 만든다. 배달기사는 빠르게 음식을 찾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칼라닉은 음식점 창업이 수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창업 자금이 덜 든다. 적은 평수로 매장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임대료, 인건비 부담을 줄인다. 가게가 한곳에 몰려있다 보니 구매력도 올라간다. 식자재 원가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배달 시간은 25분 안팎으로 단축된다. 다만 배달기사 부족난에 시달리는 국내 여건을 감안하면 추정치가 어긋날 수 있다. 칼라닉은 이 같은 건물이 국내에 100개 넘게 조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첫 건물 부지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치는 비공개에 부쳤다. 업계는 배달 수요가 풍부한 강남구나 관악구가 유력 후보지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공유 주방을 짓는다.
하지만 전혀 색다른 시도는 아니다. 3~4년 전부터 국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대형 주방을 여러 가게가 나눠 쓰는 형태 사업이 활성화돼 왔다. 최근에는 주방만 갖춘 배달 음식 전문 매장도 늘고 있다.
칼라닉이 이 같은 수요를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서울은 기회의 땅일 수 있다. 인구 1000만명 거대 도시다. 실리콘밸리 기업이 서울을 테스트베드로 눈여겨보는 이유다. 배달 인프라도 촘촘하다.
우버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닉은 우버 대표 시절 운전기사와 말싸움, 경쟁사 기술 탈취, 미투 파문으로 구설에 올랐다. 결국 이사회로부터 해고당했다. 우버코리아 역시 그와 관련한 소식을 챙기지 않고 있다.
칼라닉 한국 진출이 소상공인 간 과당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칼라닉이 위워크와 유사한 부동산회사로 재기에 나섰다”며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외식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