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심화로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생활용품 등 수출 호조 품목에서 신규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상반기 수출 호조 품목을 중심으로 상시 근로자 수가 증가했고 하반기에도 높은 비중으로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확대가 일자리 창출과 산업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해 수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직무능력을 갖춘 인력 양성이 요구된다.
1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신승관)이 발표한 '수출업계의 무역인력 수요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 896개사 가운데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3분의 1 정도다. 채용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출 실적이 양호한 반도체(55.2%), 생활용품(52.8%), 의료·정밀·광학 기기(50.8%), 석유제품(50%) 등은 응답업체 절반 이상이 하반기 신규 채용의사를 밝혔다. 반면 조선,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은 신규 고용계획이 미흡했다. '고용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비중도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올해 1월~8월 수출 증가율은 반도체 39.7%, 석유제품 37%, 선박 〃59.5%를 기록했다. 업종별 수출 호조와 부진 여부가 기업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 규모별로는 수출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대기업(59.7%)의 하반기 신규 채용계획 응답 비중이 높았다. 중소·중견기업(34.5%)은 미중 통상분쟁 심화, 신흥국 경제 불안 등 수출환경 불확실성 확대, 고용부담 증대 등으로 신규 채용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채용 계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영실적'을 꼽았다. 응답 기업은 하반기 신규 채용을 계획하는 이유로 '경영실적 개선'(53.5%)과 '신규 브랜드 개발'(20.9%) 등을, 채용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영실적 부진'(37.3%)과 '인건비 부담'(22.2%) 등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수출 확대를 통한 경영실적 개선이 기업 신규 고용 여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기업은 무역인력 채용 애로사항으로 '직무에 적합한 인력 찾기 어려움'(44.9%), '구직자와의 눈높이 격차'(31.4%), '채용 여력 부족'(12.2%) 등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수출 증가가 투자 증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수출 낙수효과 약화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여전히 무역이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수출 저변이 확대가 이뤄지면 일자리 창출 문제 해결에도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유서경 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신제품 개발, 해외시장 개척, 마케팅 등 핵심 인력 수요는 기업 단기 실적과 관계없이 높다”며 “'수출 확대-일자리 창출-산업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업계가 요구하는 핵심 전문인력 양성과 공급, 인력 미스매치 해소 등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