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 조율에 실패했다.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막바지 조율에 실패하면서 금주 내 합의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전날 브뤼셀에서 도미니크 랍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과 미셀 바르니에 EU 측 협상 수석대표가 만나 최대 걸림돌인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 등 쟁점에 대해 논의했으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EU 측이 밝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당초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수석 보좌관인 올리 로빈슨과 EU 측 협상 파트너가 이날 오후 '기술적 합의'에 도달했지만, 이후 브뤼셀에 도착한 랍 장관이 보다 강경한 자세를 보이면서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17~1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 이전에 추가로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렉시트협상이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타결되는 것은 어렵다고 복수의 EU 관계자는 밝혔다.
다만 양측은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상태여서 내달로 예상되는 임시 EU 정상회의 이전에는 타결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EU 외교이사회에 참석 중인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면서 “1~2개 매우 어려운 쟁점이 있지만 우리는 타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금주에 타결지을 수 있을지, 없을지 누가 알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매우 열심히 타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 나는 타결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양측이 선의를 갖고 있다면 타결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스페인 호세프 보렐 외교장관은 지난 주말에 브렉시트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장관들이 실망했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다. 우리는 계속 협상할 것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믿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낙관했다.
슬로바키아 미로슬라프 라이착 외교장관도 “어젯밤 협상이 타결되기를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패닉에 빠질 이유는 없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양측은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이른바 '노 딜'(no deal)' 가능성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 실행을 위한 준비도 실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준비없이 EU와의 합의나 의회 비준을 기다리기 보다는 의약품 등을 비축하는 한편 기업에 새로운 통관절차에 대비토록 경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EU 고위 외교관계자를 인용, 11월 EU 정상회의가 '노 딜' 준비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EU 외교관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준비가 거의 모든 회원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EU 집행위원회는 이를 위한 팀을 보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번 주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협상이 최종 단계에서 결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계속해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