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계속되는 최악의 고용난…“최저임금·경영환경 개선 없인 해결 어려워”

'일자리 정부'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취업자 증가폭이 8개월째 10만명대 이하를 기록했고, 실업자는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었다.

일자리에 54조원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며 고용 정책에 신뢰가 무너졌다. 정부는 “고용의 질적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질 낮은 단기 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업계는 “정부가 핵심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핵심'으로 최저임금 정책 수정, 기업 경영환경 개선 등을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를 늦추고, 차등적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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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수 '마이너스' 우려 여전

전년대비 월간 취업자 수는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8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2009년 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취업자 수는 1개월(2009년 9월)을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금융위기와 같은 '특이 사항'이 없었던 지난 8년여 기간에는 취업자 수가 매달 증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락, 감소 전환 우려가 제기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9월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9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4만5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하며 정부는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7월(5000명), 8월(3000명)과 비교해 9월 증가폭은 오히려 커졌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고용난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9월 취업자 수가 4만5000명 늘어난 것은 추석·폭염해소에 의한 '반짝 효과' 영향이 컸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8개월째 10만명대 이하를 기록했고, 실업자도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은 것을 고려하면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악화일로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9월은 조사대상 주간이 추석 2주 전이었기 때문에 소비재 중심 제조업, 소매업 등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8월 폭염이 해소되며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9월 수치가 7·8월보단 낫지만 올해 전체로 봤을 때 좋은 수준이 아닌 만큼 고용이 회복세다, 아니다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우려는 여전하다.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있어 고용 여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10월 이후에는 추석 등 긍정적 요인이 적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제조업 고용 감소폭 축소 등으로 7~8월 대비 고용 증가폭은 소폭 개선 됐지만 여전히 상황은 엄중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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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질적 성장' 강조하면서…알바 늘리기 대책?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 그동안 재정을 대거 투입해 각종 대책을 추진했다. 작년과 올해 본예산 가운데 일자리 부문 36조원, 두 차례 추경 15조원,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까지 총 54조원을 투입했다.

막대한 '돈 풀기'에도 고용 지표가 악화하자 정부는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일자리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지만 고용의 질은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고용보험 가입자 수 통계에서 확인되듯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고용의 질 개선 등 정부 정책의 긍정 효과에 대해 국회와 국민께 적극 설명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고용지표를 보면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직은 늘고, 임시·일용직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비임금근로자 중에서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증가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감소 추세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아르바이트 등 단기일자리 확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밝혀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정부는 공공기관 등에 단기일자리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던 종전 모습과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단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이유를 이해 못 하겠다”며 “일자리 참사를 기록하다 보니 단기 일자리를 늘려서 채용이 늘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려 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시급하게 일자리가 필요한 국민에게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정부로서 의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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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핵심을 건드려야…“최저임금 인상, 이대론 안돼”

업계는 정부가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꼽히는데, 관련한 정책 조정은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정부 의도와 달리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김동연 부총리도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폭, 세부 적용 방법 등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정책을 고집하면 일자리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고 업종·지역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도 차등적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당이 반대 움직임을 보여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국감에서 “차등적용과 관련 여러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기업 기 살리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가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혁신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득주도성장'에 밀려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은 대기업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며 “기업이 활발하게 투자하고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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