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J씨(31살, 남)는 실손보험 가입자다. 평소 치료목적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횟수도 많다. 하지만 병원 영수증을 모아 두고 따로 청구는 하지 않고 있다. 청구하려니 금액이 적고 모아서 하다 보니 잊어버리는 경우가 일쑤다. 보험사를 찾아가거나 팩스를 보내던 과거와 비교할 때 청구방법이 편리해졌긴 하지만, 일일이 사진을 찍어 첨부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A씨의 사례와 같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치료를 받은 뒤에도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따라서 더 많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아갈 수 있도록 청구 절차 간소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이 7일 발표한 '실손의료보험금 미청구 실태 및 대책'에 따르면 실소보험에 가입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했으나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가 외래의 경우 1만원 이하가 87.7%, 8000원 이하 약 처방은 93.4%를 차지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20세 이상 성인 남·여 77.3%가 실손보험에 가입했으며, 20세 이상 가입자가 치료목적으로 요양기관을 입원 방문한 횟수는 100명당 7회, 외래는 100명당 95회, 약 처방은 100명당 98회 등으로 높다.
이처럼 실손보험 가입자가 늘어나 보험금 청구 사유 역시 확대되고 있지만, 막상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소액이라서가 90.6%로 가장 높았다. 보험통합관리 애플리케이션으로 직접 보험사에 찾아가거나 팩스를 보내던 과거보단 편리해졌지만, 여전히 가입자가 건건이 증빙서류를 준비해 청구해야 하는 등 초창기 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번거로워서가 5.4% △시간이 없어서 2.2% △진단서 발급 비용 등이 지출되어서가 1.9%를 각각 기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입자가 아닌 병원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실손보험 자동청구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의 동의를 받아 병원이 직접 보험 청구에 필요한 진료기록과 함께 실손보험 요청서를 보험사로 보내는 방식이다.
일부 보험사들도 실손보험 자동청구 도입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보험사는 교보생명과 KB손해보험이다. 이들은 대형병원과 제휴를 맺고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자동청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의료계는 자동청구 시스템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이 환자의 진료기록을 수익을 창출하는 상품개발에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환자의 민감한 병력이 유출돼 보험료 갱신 또는 가입 거절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금을 전산으로 청구하는 자동청구 형태의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연구원은 “의료법상 문제가 된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범국민적 명분을 만들면 된다”며 “전산 문제는 기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의료기관이 연결된 만큼 보험사만 추가하면 돼 비용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