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3만2774달러로 예측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1953년의 67달러와 비교하면 50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기적과 같은 성장 배경에는 '과학 입국'을 기조로 1961~1991년 30년 동안 7차에 걸쳐 진행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및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과 선진 기술을 빠르게 추격하는 산업화 정책 성공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 입지전을 쓰며 개발도상국 롤모델이 됐다. KAIST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개발도상국 대사가 방문한다. 자국 경제를 살릴 산업화 성공 전략을 배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나온 반세기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반세기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 달성까지 12년이 걸렸다. 장기 침체를 갓 벗어난 지금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다. 변혁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인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성장할지 기로에 서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확고하게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특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초연결, 초지능, 융·복합 메가트렌드가 인류 사회에 밀물처럼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는 변혁을 주도할 여러 기회 요소를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역량 및 인프라가 그렇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휴대폰 2위, 인터넷 속도 및 광대역 보급률 세계 1위, 만 3세 이상 78% 및 10~30대 인구 99.7%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나아가 세계 수준 제조업 경쟁력이다. 딜로이트 글로벌이 발표한 '2016년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 지수'는 세계 5위다.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도 '2018년 국가별 제조업의 미래 준비 상황' 보고서에서 세계 25개 리더 국가 가운데 하나로 우리나라를 꼽았다.
또 4차 산업혁명에 관한 거국 차원 관심이다. 구글 검색어 분석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키워드가 2016년 1월 WEF에서 처음 공개된 후 검색 빈도가 단연코 많은 나라가 한국일 정도로 국민 관심이 지대하다. 과학 분야 종사자 대상으로 한 과총의 2017년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96%가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을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지난해부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민·관·정 모두가 4차 산업혁명에 지속해서 관심을 두는 것은 세계에서 드문 사례다.
그러나 여러 위협 요인도 상존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인구당 고등 교육 이수자는 세계 2위지만 창의 융합 인재가 크게 부족한 교육 현실, 미국·중국과 격차가 크게 나는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SW) 기술력, 0.05% 대기업이 연간 국가 수출액에서 61.5%를 차지하는 대기업 주도 성장 방식,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인한 수동형 규제 개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위협 요인은 극복하고 기회 요인을 발판 삼아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성공 방정식에 담아야 할 세 가지 핵심 변수가 있다.
첫째 혁신이다. 교육·연구·기술사업화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 혁신이 필요하다. 둘째 협업이다. 산·학·연과 민·관·정 간 협업, 나아가 세계를 파트너로 상생 협업을 이어 갈 때 우리 과학기술과 국가 경쟁력은 거대한 진일보를 이루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속도다. 효율 높은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규제 개혁을 신속히 완료, 혁신과 협업이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중국 톈진에서 개최된 2018 하계 다보스포럼에 초청돼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성공 방정식'에 관해 기조 발표를 했다. 참석한 WEF 관계자들의 큰 관심과 반향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희망찬 대한민국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위기를 앞서서 파악하고 정확한 전략으로 대응한다면 세계 어느 국가보다 먼저 성공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혁신·협업·속도 성공 방정식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성공 방정식' 세 가지 변수를 효율 높게 구현해 나간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실증 사례를 만들어 내는 4차 산업혁명 롤모델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성철 KAIST 총장 president@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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