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1년 5개월이 됐지만 공약으로 밝힌 에너지 전환은 아직도 논란이다. 에너지 전환이 곧 탈원전이라는 잘못된 등식이 등장했다. 지난 한파와 폭염 발생 시 탈원전이 전력 수급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국민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새로 취임했다. 에너지정책을 연구하는 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새 장관에게 몇 가지 바라는 바를 적고자 한다.
첫째 전력 수급과 관련된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시켜야 한다. 111년 만의 폭염을 경험한 지난여름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각에서 전력 수급 위기를 제기했다. 그러나 전력 수요 피크를 기록한 7월 24일의 예비율이 7.7%로 전력 공급은 안정 상태에 있었다. 그것도 평상시 여름철이라면 당연히 가동돼야 할 430만㎾ 용량 원전 5기가 정비 문제로 가동되지 못했고, 420㎾에 해당하는 수요 자원은 가동하지도 않았다. 이처럼 전력 공급은 충분히 안정됐으며, 원전 정비는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국민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
둘째 에너지 가격 기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에너지 가격은 공급뿐만 아니라 환경 등 외부 비용을 적절하게 반영, 소비 합리화를 유도하는 신호등 역할을 해야 한다. 일반 계란보다 유기농 계란이 더 비싸듯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에너지 전환으로 생산된 에너지는 더 비쌀 수밖에 없음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무조건 가격을 억누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에너지 가격이 연료비 또는 생산 원가와 연계되는 연동제를 모든 에너지원에 도입해야 한다.
셋째 전력 중심 에너지 정책에서 열과 수송 부문 등도 감안한 통합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를 합리화할 수 있다. 에너지 소비 3분의 1은 열 형태이지만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체계화된 열관리 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쪽에서는 남는 열이 버려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열이 필요,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사용해서 열을 생산한다. 또 에너지사용량 15% 수준인 수송용 에너지에 세제 80% 이상이 집중되는 불균형도 존재한다.
넷째 에너지 갈등을 해소하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산업 생태계를 안정시켜야 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부문 간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가스 대 LPG, 원전 대 신재생, 지역난방 대 개별난방, 석탄 대 가스, 경유 대 LPG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 커질 수도 있다. 민간 가스발전 및 집단에너지 사업자 상당수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에너지 공급 안정성까지 위협받고 있다.
다섯째 에너지믹스 논쟁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고용과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관련 보급 목표 달성에만 매달린다면 단순 노무 인력 고용만 생길 뿐 먹거리 확보를 통한 양질 일자리나 부가 가치 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에너지 전환도 산업 정책 관점을 고려, 국산화 기반을 탄탄히 마련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나서야 한다.
오랜만의 부처 출신으로서 공무원들로부터 신망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새 장관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와 함께 에너지 전환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할 결코 만만치 않은 시기에 취임했기에 기대와 함께 걱정도 있다. 자원 부족 대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이슈를 원만하게 해결,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성공한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shyoo111@nate.com
-
조정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