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중앙처리장치(CPU)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국내 중소 PC 제조업계는 비즈니스를 중단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기존의 도매가 구입은 포기한 지 오래고 소매점에 남아있는 CPU를 높은 가격에라도 구입해 PC 물량을 맞추려 안간힘을 쓰지만 쉽지 않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부하는 조립PC 업계 상황은 더 어렵다.
중견 PC업체 사정도 비슷하다. 4분기 수요 대응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정해진 가격을 맞춰야 하는 공공기관 납품 업체들 고충은 더 크다. 인텔이 공급 능력이 딸리자 생산 제품군을 최신 CPU 위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한 터여서 저가 보급형 사양인 공공기관 물량은 품귀 현상이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CPU 수요를 맞출 수 없다고 공식 인정한 인텔로서는 국내 PC업체 간 물량 확보 경쟁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 싫을 이유가 없다. 10여년 전만 해도 PC업계는 인텔 CPU 가격이 오르면 AMD CPU를 대안으로 비즈니스를 이어 갔다. 그러나 최근 국내 PC업계는 인텔에 절대 의존하고 있어 섣불리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워낙 오랫동안 AMD CPU를 적용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AMD 입장에선 이번 '인텔 CPU 대란'이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 유통업계에선 AMD 마케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두 제품 간 벌어진 가격차와 납기 문제를 고려하면 시장에 AMD CPU 채택 동인이 커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업계는 지금 상황에서 생태계 최고 정점에 있는 인텔 입만 쳐다봐야 하는 답답한 신세다. 국내 PC업계가 인텔을 탓할 입장도 아니다. 그렇다고 인텔은 이 상황을 즐기려고만 해선 안 된다. 이번에 쓴맛을 보게 된다면 앞으로 국내 업계와 정부도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과점 기업 제품에 의존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구조가 된 국내 PC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산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인텔 충성 고객이 즐비한 국내 PC업계를 위해 사태 진정에 적극 나서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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