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서 발급, 공동vs단독…생보업권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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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업권이 추진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이 생명보험협회와 생명보험사간 합의 지연으로 난항에 빠졌다. 사업자를 선정한 지 5개월여 시간이 지났지만 세부 사업계획 마련은 커녕 주요 사안에 합의조차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께 구축을 목표로 했던 '생명보험업권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및 블록체인 기반 혁신과제 구현 사업'이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생보협회와 19개 생보사는 지난 4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5월 20일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을 위한 사업자로 삼성SDS를 선정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 본인인증·보험금 청구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 첫 단계인 생보사 본인인증 관련 인증서 발급을 놓고 협회와 개별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업계는 공동인증서비스 제공을 위한 CA(인증)시스템을 협회가 총괄해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협회는 공동구축을 주장했다.

업계는 공동 CA시스템 구축에 반대했다. 개별사 업무 부담이 늘고 향후 공동 인프라 구축, 유지보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다. 특히 중소형 생보사는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일부 생보사는 블록체인 컨소시엄 탈퇴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IFRS17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더해 블록체인 플랫폼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당장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협회는 단독 CA시스템은 애초 책정한 공동 운영비용을 초과한다며 공동운영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업 비용은 약 33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사업비용 자체가 당초 공동 인프라를 고려한 비용이기 때문에 협회가 단독 CA시스템을 구축하면 추가 부담은 불가피하고 사업이 장기간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애초 취지대로 사업을 이끌어가려다 보니 사업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우선 기본 협회가 인증서를 발급하고, 발급을 희망하는 개별사에 한해 인증서 발급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연말 구축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최대한 빨리 회원사를 독려해 내년께 구축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간 사업이 미뤄지면서 추진력도 떨어지고 있다. 일부 중소형 생보사는 블록체인 사업을 담당하던 직원이 부서를 이동하거나 그만둔 사례도 있다. 하지만 후임 직원이 관련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거나 아예 공석인 곳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본인인증은 기본이고, 향후 활용이 가능한 부분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는데 생보협회가 서두른 감이 있다”며 “보험금 청구 등에 대한 보험사의 수요가 크지 않아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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