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 본원을 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의 부산분원 설립이 경북도의 반대로 1년 넘게 겉돌고 있다. 경북도는 경북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역량 분산 행위라며 강력 반대하고, 부산시와 부산로봇산업계는 지역이기주의라며 맞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부산로봇산업계와 부산시, 경북도, KIRO 등에 따르면 당초 지난해 9월로 잡혀 있던 KIRO 부산분원 설립이 1년 넘게 지체되고 있다. KIRO와 부산시의 분원 설립 협약 체결 시점인 지난해 1월부터 1년 8개월 이상 지체되고 있다.
KIRO와 부산시는 부산분원을 설립해 웨어러블 슈트 개발을 비롯한 의료헬스케어로봇과 문화콘텐츠로봇 등 부산 특화 로봇융합산업을 발굴, 육성할 계획이었다. 협약 후 현재까지 110억원 규모의 '소프트 웨어러블 슈트 기술개발사업', 50억원 규모의 '상수관망 로봇보급사업' 등 3개 국비 지원사업을 확보해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분원 설립 지연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분원 설립을 준비하며 지난해 동아대에 설치한 KIRO 부산로봇공동연구실은 5명의 KIRO 직원이 파견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분원이 공식 설립되지 않은 상태라 포항과 부산을 출장 형태로 오가며 일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부산분원 설립은 지난해 9월에서 11월로 한차례 연기됐고, 올해 들어서는 지방선거를 이유로 재차 미뤄져 현재는 설립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분원 설립이 지체에서 답보 상태로까지 빠진 이유는 경북도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다.
경북도는 KIRO 전문 인력을 포함한 역량 분산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KIRO는 경북도와 포항시가 10년 이상을 투자해 키워온 기관이다. 포항과 경북 로봇융복합산업 지원과 육성에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그것도 경북에 비해 여건이 좋은 부산에서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KIRO 원장 해임안 제출', '경북도와 포항시의 KIRO 관련 사업 및 예산 철회' 등 압박성 예고로 나타냈다.
부산분원 설립 승인 권한은 KIRO 이사회가 갖고 있다. 이사회는 경북도와 포항시, 산업부, 산업계 등 여러 기관 및 단체로 구성돼 있지만 경북도와 포항시의 영향력이 크다. 부산분원 설립을 논의하거나 검토할 이사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부산시와 부산로봇산업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KIRO는 지역 연구기관으로 출발했지만 이미 산업부 산하 로봇융합전문 연구원으로 확대 재편된 지 오래다. 수백억원의 정부 과제를 수행하고 사업비도 대부분 국비”라면서 “이제는 지역을 넘어 전국 단위로 로봇융합연구기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산로봇기업 대표는 “지역 상생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부산시와 경북도가 적절한 타협 방안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IRO는 산업부 산하 로봇전문 연구기관으로 현재 수중, 의료, 작업지원, 문화 4대 분야에서 상용화 제품개발을 위한 실용화 로봇 연구와 플랫폼 개발 등 실용 중심의 로봇 기업 지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