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가 최저임금 결정구조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저임금 합리적 결정을 위해 산식(formula)에 기반한 3단계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27일 정부에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합리적 개선방안' 건의서를 제출했다.
대한상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지난 30년간 경제 상황에 따라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돼왔다”며 “그 결과 매년 노사갈등,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1988년부터 적용했다. 근로자위원 9명·사용자위원 9명·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최저임금을 의결한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 간 대립·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1988년 이후 최저임금은 총 32회 인상됐다. 이 중 합의를 통한 결정은 7회에 불과하다. 표결로 결정한 25회 중 8회만 근로자대표와 사용자대표가 모두 참여했다. 17회는 노·사 한쪽이 불참했다.
대한상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 문제점으로 △합의 없는 표결 △공익위원 주도 △객관적인 근거 부족을 꼽았다.
노사 간 충분한 협의 없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관행이 고착화됐다. 현행법상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실제 본격 심의는 결정시한에 임박한 1~2주에 불과하다.
심의 역시 노사 간 상호이해를 통한 조정보다는 단순 임금교섭 차원에서 접근한다.
노사 대표 입장차도 크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협의과정에서 근로자대표가 제시한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40%다. 반면 사용자대표가 제시한 인상률은 동결 수준이다. 양측이 제시한 수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상호간 신뢰나 성실한 협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 결정과정을 이끌어가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의견이 맞서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결정권(캐스팅보트)'은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쥔다.
대한상의는 '최저임금 결정 3단계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노사·전문가·정부가 모두 참여하되 각자 역할을 나눠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전문가그룹이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산식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구간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사가 협의한다. 정부는 노사 협의를 존중해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한다.
1단계에서 별도 전문가그룹을 구성한다. 전문·독립성을 갖춘 전문가그룹이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적정 최저임금 인상구간을 미리 산정·제시한다. 전문가 임의 판단 여지를 줄이도록 산식을 법률에 명문화한다.
2단계는 '근로자대표-사용자대표' 중심으로 협의기구를 구성한다. 전문가는 일부 참여하되 자문·조정 역할에 한정한다. 전문가그룹에서 제시한 범위 내에서 노사가 실질 협의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의하면 최저임금 결정시 사회적 파트너간 '충분한 협의와 참여'가 있어야 한다. 독일은 노·사대표 각 3인이 실질 인상률을 결정한다.
3단계인 최저임금 인상 최종 결정단계에서는 노사 합의안을 최대한 존중하되 합의안이 없을 때 정부가 결정한다. 현재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실상 결정하고 노동부는 그대로 고시한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소득개선에 미치는 긍정 영향과 함께 일자리나 기업에 미치는 부정 영향도 살펴야 한다”며 “사회 갈등·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성장률·임금인상률 등 객관 지표를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