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 혈당을 체크해 인슐린 투여를 조절한다.
하루 동안의 걸음을 토대로 소모 칼로리를 계산한다.
업무시간에 따른 성과 또는 학습시간 데이터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파악해 본다.
수면 패턴에 따른 컨디션을 알아본다.
하루동안 움직인 동선을 체크해 본다.
스마트한 생활을 하는 우리는 이런 저런 어플리케이션을 내려 받고 삭제하기를 반복한다. 이상 나열한 어플리케이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삶의 기록이다. 개인의 성장은 본인의 자각에서 시작되고 자각의 시작은 일상의 기록에서 시작된다.
평생 70여권의 학술서와 만 이천여 장의 논문 및 연구자료를 남긴 러시아의 곤충학자 류비셰프는 신이 인간에 부여한 가능성의 최대치를 살고 간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가 다방면의 전문가로 시간을 통제하며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기록이었다. 책과 신문을 읽는 시간을 비롯해 친구를 만나거나 회의를 하고 연구에 매달린 일상의 모든 시간들을 꼼꼼하게 기록해 통계를 내고 반추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지금은 그가 시간을 기록하던 시대보다 훨씬 편한 방법들이 널려 있다. 오히려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개인의 삶이 기록 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다소 싱거워 보이는 일상을 시시콜콜 기록하며 류비셰프 같은 모습으로 엄청난 양의 업무를 소화해내며 빠르게 성공한 이가 있다. 일상의 데이터를 꼼꼼히 기록하고 이를 관리지표로 활용하여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그를 지켜보다 보면 성공의 비밀은 단순함을 실천하는데 있다는 걸 또 한번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는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데이터는 21세기 석유라 불리며 이를 어떻게 모으고 활용하려 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큰 폭으로 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경영학의 구루라 불리는 피터드러커의 명언으로 계량적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말해주기도 어려울 것 같다. 투자대비 순이익을 측정하여 사업타당성을 판단하는 일은 비지니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비단 경영성과 측정이나 사업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도구만은 아니다.
기록이 가지는 힘은 무엇보다 발견을 돕는 데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진단할 수 없고, 진단할 수 없으면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문제를 발견할 수 없으면 해결할 수 없고, 해결할 수 없으면 성장할 수 없다. 따라서 긴 시간을 통해 문제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어나는 사건들을 디지털라이징 할 필요가 있다. IT는 보고 듣고 검색하고 쓰고 만나고 먹고 자는 모든 일상의 기록들로부터 쓸모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도울 것이며 이로써 나의 뇌가 생각하는 정체성과 실제 모습 사이의 간극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단계라 할 만한 스타트업에서도 데이터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창업팀이 상상하는 모습을 현실에서 검증해가며 다음 걸음을 떼도 좋은 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써 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자 식단을 기록하고, 러닝데이터를 참고로 오늘의 나를 극복하고자 애쓰듯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핵심성과지표관리가 필수적이며, 이것의 시작은 사소한 모든 것에 대한 기록이다.
지표 관리는 큰 흐름에서 사업의 장기적인 방향을 정량적으로 관리하게 도와주며 측정이 충분히 모아져 데이터가 누적되었을 때에 이르러야 비로소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예상한 것들 만을 경험하게 된다. 객관적으로 지금 선 자리를 기록함으로써 미래를 확신할 수 있을 때에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내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오늘을 기록해보자.
필자소개 : 차은정
이케이허브 대표/ 경영지도사
중앙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정평경영컨설팅 협동조합 대표 컨설턴트 평가위원(TIPA, KEIT, IITP, KOCCA)
글로벌 상용소프트웨어 백서 총괄위원(IITP)
前 에스제이나인 대표
前 현대투자신탁증권(現 한화투자신탁증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