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 발발한 지 6개월을 맞이하고 있으나 긴장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자국 기업과 소비자에 타격을 줄 고율 관세공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지만, 대결은 강대강 전면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무역전쟁은 6개월 전인 올해 3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내린 명령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중국의 경제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해 대(對)중국 관세부과 준비를 지시했다.
외국의 불공정 통상 관행에 반격할 수 있게 한 무역법 301조를 적용한 이 명령은 중국의 '첨단기술 도둑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첨단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외국 기업 인수를 통한 기술강탈을 지원하며 외국 기업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투해 기술과 기업비밀을 훔치는 작업을 수행하거나 후원한다고 지적했다.
관세 폭탄 경고가 나온 뒤 양국은 조심스럽게 협상에 나섰으나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한때 암운이 걷힐 듯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 5월 17∼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500억 달러 수입품에 관세를 보류하고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백지화하고 예고한 관세부과의 집행을 지난 5월 27일 전격 발표했다.
뒤통수를 맞은 중국은 다음 달 베이징에서 다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접점은 찾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6월 15일 관세부과 물품목록을 발표하고 7월 6일과 8월 23일 두 차례로 나눠 각각 340억 달러,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보복이 불가피하다며 해당 시점에 맞춰 똑같은 규모의 미국 제품에 맞불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재보복으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오는 24일부터 10%, 내년부터 25% 세율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도 같은 날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5∼10% 관세로 보복하기로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 앞으로 2천67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25%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위협하는 등 보복에 보복이 꼬리를 물면서 공세의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양국의 작년 교역량을 고려할 때 현재 무역전쟁은 교역물품 거의 전부에 관세를 부과하는 파국을 향하고 있다.
광범위한 고율 관세로 양국 기업과 소비자에 부담이 전가되고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특히 취약한 신흥국 경제가 위태로워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기록적 호황을 누리는 자국 경제가 관세공방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까닭에 이런 우려를 아랑곳하지 않고 점차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정부 내 매파들이 득세하면서 다음 달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아직 시작일 뿐"이라며 중국이 미국과의 불공정 무역을 통해 돈을 뜯어내 국가를 재건했다는 취지의 호전적 언사를 쏟아냈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주지사 등을 대거 교체하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표밭을 이루는 노동자, 농민들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피해의식을 느껴 정부의 무역전쟁을 옹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국 기술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대미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적어 관세 맞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비관세 반격도 고려하고 있다.
러우지웨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은 미국 제조업에 절실한 핵심 원자재와 중간재, 부품의 수출을 중단하는 반격을 제안했다. 중국 지도부의 목소리를 해외에 전파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단순히 방어만 하지 않고 가장 실현성이 높은 수단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벼랑 끝 대치에서 양측이 결국 심각한 타격을 입은 후에야 접점을 찾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지난 18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무역전쟁의 확산으로 결국 미국과 중국이 심하게 다치면서 협상이 이뤄져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중국이 비관세 보복을 가하면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해 대화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협상 테이블에서 점점 멀어지는 현재의 강대강 국면을 우려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