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백두산)을 오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 동포들까지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김정은 국무위원장)
백두산에서 남북 정상은 평화 물결이 일고 있는 한반도에 새 역사를 만들자고 손을 맞잡았다. 도보다리 회담에 이은 '깜짝 이벤트'였다. 두 정상은 백두산 탐방으로 2박 3일 일정의 역사적 평양정상회담을 마무리했다.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전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동행했다.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오르는 역사 현장은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에게 “중국이 아닌 우리 땅으로 백두산을 오르고 싶다”는 염원을 전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교통이 불편해 송구하다”고 답했다. 산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을 위해 마지막 친교행사로 백두산 트래킹을 파격 제안했다.
남북 정상 부부의 백두산 방문은 천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김 위원장이 먼저 기념촬영을 제안하는 등 호스트 역할에 충실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 모시고 온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라면서 “제가 찍어 드리면 어떻습니까”라며 먼저 제안했다.
백두산 일정은 남북 정상 간 친교행사를 넘는 큰 의미를 갖는다. 민족 영산에서 두 정상이 손을 맞잡는 것은 한 민족이라는 동질성을 세계에 강조하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체제 당위성을 담은 이벤트다. 평양정상회담 기간에 협상한 내용이 외교상의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민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정당성도 백두산 천지 방문으로 강조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평양, 백두산 초청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연내 서울 방문 얘기도 자연스럽게 오갔다. 백두산에 비견되는 동시에 남한 대표 산인 한라산을 주제로 방남 대화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 해야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리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라면서 화답했다. 리 여사는 이날 백두산 천지 물을 물병에 담는 김 여사의 외투가 젖지 않도록 직접 옷자락을 잡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백두산 등반과 오찬을 마친 후 삼지연공항에서 서울공항으로 출발, 2박 3일 평양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