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국내 대표 제조업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으로 기술 유출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허 침해 시 배상과 중국기업 인수합병(M&A) 시도·인력 빼가기에 따른 기술 유출에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뿐 아니라 기업 영업비밀까지 보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IP 전략포럼:IP관점에서 본 산업기술 유출 대응 전략'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자동차 등 모든 산업분야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면서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는 기술유출을 막아야 하고 지식재산권(IP)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한국공학한림원(NAEK)이 주최했다. 박 부회장이 직접 진행을 맡고,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장호식 삼성전자 IP센터 IP전략팀장 전무, 유태경 루멘스 대표, 유병호 특허법인 남&남 대표변리사, 김종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시장과장, 김용선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 국장이 패널로 참석해 기술 유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윤부근 삼성전자 대외담당 부회장,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 기술 유출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LG그룹에서도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경영진이 참석했다.
장호식 삼성전자 전무는 정부가 국가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 받지 않은 핵심기술도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기술보호법 상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에 국가연구개발비가 들어간 경우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국가 지원이 없는 경우 신고만 하면 된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수출시장에서 특허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전무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지 않은 경우 승인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국가 예산이 투입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 기술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심의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유출될 수 있어 법 확대 적용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루멘스, 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중견기업 대표는 중국의 기업사냥에 따른 기술 유출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인수합병을 무기로 기업 기술 IP와 공급망, 인적자산 등을 빼간다고 비판했다. 유태경 루멘스 대표는 “중국기업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인수합병하자고 하면서 장비, 인력, 공급망을 건드려 자료를 다 유출한다”면서 “지금도 인수합병 논의하는 기업이 상당히 있지만 중국기업이 인수보다 정보를 유출하는 경우가 많아 미국처럼 국내 기업 인수 시 강력한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에 공개된 특허뿐 아니라 기업 영업비밀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업비밀은 경제적 가치가 알려지지 않아 피해 산정이 어려운 데다 기업이 합리적 노력을 해 비밀로 유지됐음을 입증해야 해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오준 포스코 전 회장은 “특허는 공개된 것이고 진짜로 걱정해야 되는 것은 영업비밀”이라면서 “현재로선 누출 시 처벌이나 권리주장이 어려운데, 기술 유출 측면에선 이런 것이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