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은 터줘야 하는데 살아날 모든 구멍을 다 막아버렸다.”
이승용 보고스 대표가 바라본 한국 아케이드게임 산업 현주소다. 이 대표는 5년 전 국내 사업을 접고 중국에 진출했다. 규제 탓에 고꾸라진 사업을 바로 세우기 위한 필사적 몸부림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고난을 이겨내고 기사회생했다. 회사는 직원 17명이 다니는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에서는 불법인 확률형 게임을 앞세워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아케이드게임의 산업적 가치를 인정, 양성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불법 업체를 내버려 둔 채 합법 업체만 옥 죈다”고 지적했다.
국내 아케이드 산업은 고사 직전에 놓였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이 약진한 것도 원인이지만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성인오락실은 합법 시장 자체가 사라질 위기다.
규제가 설자리를 잃게 했다. 현행법은 게임 기록을 저장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게임 아이템을 얻었다 하더라도 자리를 뜨는 순간 자동 소멸된다. 콘텐츠에도 제한을 걸었다. 고스톱, 포커 외에는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
시간당 이용 요금도 1만원으로 묶었다. 시간은 '게임기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운영정보표시장치(OIDD)가 잰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서는 허용되는 확률형 아이템 역시 성인오락실에서는 발을 못 붙인다.
게임 결과물을 저장하는 리뎀션 티켓도 국내에서는 불법으로 분류된다. 티켓은 장수에 따라 선물로 교환할 수 있다. 티켓 대신 코인, 카드를 쓰는 업체도 많다. 중국, 미국, 일본은 물론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리뎀션 티켓은 계속 진화 중이다. 최근에는 게임기에 생체 인증 기술인 지문인식이나 지정맥 기능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결과물 저장과 보상 시스템을 고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청소년게임장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합법 시장이 잠식당한 사이 신종 불법 게임장이 활개를 치고 있다. 대부분 청소년게임장으로 문을 연 뒤 불법 영업을 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조차 아케이드게임 산업에 상당수 등을 돌렸다.
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장은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10년이 흘렀는데도 규제 일변도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이제 불법을 도려내면서 건전한 아케이드게임 생태계를 만들 때”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