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 키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미래차 겨냥한 사업·조직 재편 나설 듯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그룹 회장의 다음 자리로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직을 새롭게 마련하고 그 자리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앉혔다. 현대차 소속 정의선 부회장이 9년 만에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직에 오른 것이다.

Photo Image
이달 7일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통상 문제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따라 그룹의 통합 대응력 강화를 위해 정몽구 회장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재계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본격 '3세 경영 시대' 신호탄으로 관측했다.

재계는 당장 정몽구 회장에 이어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권의 바통을 물려받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내다봤다. 정 수석부회장이 최근 약 2년 동안 실질적인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한 데다 이번 인사로 그룹의 최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명분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 승진으로 현대차그룹 경영 체질 개선, 해외 통상, 엘리엇 등 현안 대응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다음 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주요 경제단 참여를 통해 대외 활동에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내부로는 다가오는 미래 자동차 시대를 대비한 그룹 차원의 전략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모빌리티 서비스 등 분야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해 '코나 일렉트릭'과 수소전기차 '넥쏘' 론칭 작업에 참여하며 시장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신규투자,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미래차 분야에 투자한 것만 10여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자율주행 관련 4개 기업에 투자한 금액만 총 96억원 수준이다. 전고체배터리·연료전지 친환경차 핵심 부품 분야에도 90억여원 투입을 결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래차 등 신사업 중심의 조직 개편이나 강화도 점쳐진다.

업계에선 정 수석부회장이 기존 '엔진' 기반의 경험이 있는 고위 임원진과 의견차가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정 수석부회장의 미래 자동차 설계와 결정권에는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개척형 경영자'로 유명한 정 수석부회장이 책임 경영에 나서게 되면서 인사 조직 개편 등도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면서 “경영 승계가 있기 전에 충분히 총수 역할을 경험하고, 3세 경영을 위한 준비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 수석부회장이 성공적인 '데뷔'를 위해서는 경영 승계 작업 준비도 필요한 것으로 관측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순환출자 구조 해소 및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시도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엘리엇·ISS 등 외국계 자본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자문사가 개편에 반대하면서다. 최근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AS부문,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존속 부문을 각각 개편하려고 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정의선 부회장 권한과 책임이 커졌다.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에도 정 부회장의 큰 그림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미래 비전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인사와 조직 재정비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