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네오싸이언이 직원에게 '업무 집중근무'를 시행한다는 안내문을 공지했다가 8시간 만에 철회했다. 직원 반발이 거세지자 경영진이 시행을 보류한다는 메일을 보내는 해프닝을 연출됐다.
'라그나로크' IP사업으로 중흥기를 맞은 그라비티와 자회사 네오싸이언이 지난주 근무시간 내 이동 금지, 사전보고, 증빙 확보 등을 골자로 한 '정시퇴근 문화 조성에 따른 업무집중근무 운영 시간 확대 시행의 건'을 공지했다.
내용은 '중식 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 내 이동금지' '자리 이탈이 부득이한 경우 보고 및 승인 후 움직일 것' '흡연 사유로 이동 시 1회당 15분씩 연장 근무할 것'을 포함했다.
안내문을 살펴보면 근무 중 자리 이동은 금지된다. 부득이 자리를 이탈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유와 시간 등을 미리 디비전장에게 보고하고 승인 받아야 한다. 만약 사옥 외부로 이동하고 싶으면 해당 디비전장이 최고운영책임자에게 보고를 하고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특히 흡연은 1회당 15분으로 계산해 흡연 시간만큼 '필히' 연장 근무할 것을 명시했다.
이 내용을 두고 시선이 엇갈렸다. 찬성하는 쪽은 근무시간 동안 근로자는 사업장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장 질서유지를 위해 사용자 지휘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특히 비흡연자 고용환경 및 동일근무조건 형평성에 찬성했다.
한 디비전 직원은 “나도 흡연자지만 흡연시간에 불만 있는 직원이 많다”면서 “결과물을 내지 않고 돌아다니는 직원은 내 근로의욕까지 떨어지게 한다”고 대답했다.
반대 측은 “근로환경 개선은 커녕 억압하려고 한다”며 “휴식시간을 늘리면 해결될 문제를 근로자 간 갈등을 조장해 연장 근무를 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4시간 근무에 30분, 8시간 근무에 1시간 주는 휴게 시간을 점심시간으로 주고 있다.
쟁점은 자리를 이탈한 시간에 대해 강제 근로가 성립하느냐다. 근로기준법 50조 3항에 따르면 근로자가 사용자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 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그라비티-네오싸이언에서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사전 승인을 받는다. 따라서 대기 시간으로 보는 게 옳다는 지적이 많다.
그라비티는 공지 8시간 만인 자정 무렵 새 안내 메일을 발송했다. 그라비티는 일부 내용에 추가적인 검토 및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 확인됐다며 보안 및 수정이 완료될 때까지 일체 보류한다고 전했다.
그라비티 관계자는 “좀 더 세심하고 신중을 기해 공지했어야 했다”며 “충분한 검토 없이 공지가 진행돼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