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산업 및 서비스가 나오면서 일자리 지형도 바뀌고 있다. 금융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는 다양한 금융규제 완화로 새로운 IT기반 신규 일자리가 나온다.
혁신성장 핵심은 규제개혁인데 한국은 규제로 여전히 꽉 막혀 있다. 금융규제는 더하다. 매년 금융사들이 새로운 IT를 적용하면서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4대 시중은행 올해 6월 말 직원 수는 총 5만9591명이다. 이는 전년(6만1754명) 대비 2163명 줄어든 규모다.
정부 일자리 창출 정책에 맞춰 은행도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디지털 키오스크를 활용한 무인점포 등이 늘면서 매년 일자리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금융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
◇금융규제 네거티브 체계 전환 필요성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금융규제 네거티브 체계 전환이다. 금융권에서는 디지털혁신을 위해 현행 포지티브(원칙적 금지·예외 허용) 규제 체계를 네거티브(원칙적 허용·예외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을 가로막는 규제 악순환을 끊기 위해 규제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규에 정해진 업무만 할 수 있는 반면에 네거티브 규제는 법규에 금지된 것이 아니라면 어떤 업무도 가능하다.
은행이나 증권, 자산운용, 보험 등 업무 영역을 명확히 구분 짓는 '전업주의' 아래에서는 핀테크 시대에 걸맞은 종합금융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추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업권 네거티브 규제 전환 필요성에 동의한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증권사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당시 “은행은 인가 단위가 하나인 데 반해 증권사는 인가 단위가 61개에 달해 업무를 확장할 때마다 새로 인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증권사가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기업 상장 주관사로 나설 수 없어 비상장 기업에 자금 공급을 제한하는 규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인터넷전문은행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통과되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권은 더 큰 범위 변화를 요구한다.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에 네거티브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최근 금융산업은 IT와 접목 등 이종 간 협업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데 애로사항이 크다. 게다가 네거티브 전환이 이뤄지면 지급결제와 송금, 자금조달 등 금융서비스를 포함해 정보보안이나 데이터분석, 인프라 구축 등 새로운 산업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금융규제 네거티브 체계 전환한 중국…핀테크 급성장
일찍이 규제를 완화한 중국은 핀테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중국 금융산업은 서비스 수요 증가와 규제 네거티브 체계 전환으로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 중국 정부가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 인프라와 서비스를 대체 혹은 보완하도록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모든 주체가 금융서비스에 접근하는 '포용적 금융(普惠金融)'을 내걸고 핀테크 확대에 주력했다.
중국은 기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경쟁에서 협조 관계로 돌아서면서 시장을 확대했다. 기존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을 활용하고 핀테크 기업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중국 금융시장은 급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모바일 간편 결제시장 규모는 15조4000억달러(약 1경6761조원)에 달했다. 글로벌 신용카드 업체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지난해 세계에서 올린 결제액(12조5000억달러)을 23.2%나 뛰어넘는다.
최근 들어 핀테크 금융서비스 부작용 등이 나오면서 일부 규제가 강화된 측면이 있지만 초기 핀테크 기업에 문호를 사실상 열어주는 규제 완화로 산업을 육성하고 사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금융산업을 키웠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