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 기획Ⅰ]<6>우주여행 시대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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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맞아 우주 여행 상품을 검색한다. 성층권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 100㎞ 고도까지 올라가서 몇 분동안 우주에 머물다가 내려오는 코스,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며칠 지내다 내려오는 코스, 달·화성 여행 코스 등 상품이 다양하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선택이 쉽지 않다. 우주 여행 가이드에게 전화를 한다. 예산, 내 성향에 맞춘 최적의 상품을 추천한다. 상품이 확정되자 병원으로 간다. 우주 여행을 할만한 건강상태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다음주에는 우주 환경을 미리 경험하는 가상 우주 체험 훈련도 받는다.

우주 여행이 가능해진 '언젠가'의 모습이다. 먼 미래 같지만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 우주 여행을 준비하는 선구 기업의 성과를 보면 초읽기에 들어갔다.

테슬라의 수장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는 2010년 '팰컨9' 로켓 시험 발사 이후 올해까지 57차례나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2차례 우주를 다녀왔다. 미 항공우주국이 우주정거장에 보낼 보급품을 보내주는 등 안방 드나들 듯 우주 비행을 하고 있다.

호텔 재벌 로버트 비글로는 1999년 라스베이거스에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를 세웠다. 비글로는 2022년까지 팽창형 우주호텔을 쏘아올릴 계획이다. 회사가 개발한 팽창형 우주호텔 모듈은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아는 2019년 출항 예정인 우주 여행 상품을 내놨다. 재개발 중인 우주선을 이용해 최대 6명 관광객을 우주정거장으로 데려갈 계획이다. 성공한다면 상업 우주 여행 시대 신호탄을 쏜다.

린다 그래튼 런던경영대 교수는 미래일자리보고서에서 “현재 유럽 일자리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면서 “대신 신기술이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 낼 일자리로 정보통신, 로봇, 인구, 환경, 에너지, 의료와 함께 우주를 지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미래 유망 일자리를 예측하면서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로 우주 여행 가이드를 선택했다.

우주여행 시대가 열리면 지금의 천체 물리학자, 우주왕복선, 인공위성을 만드는 과학자 보다 세분화된 일자리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일자리는 '우주여행 가이드'다. 고도 100㎞까지 올라가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준궤도 비행상품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이미 존재한다. 앞으로 달 표면을 직접 걷는 등 탐사 상품이 나온다면 우주 여행 가이드도 세분화된다.

우주 여행 상용화를 앞당길 연구자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우주 여행 비용은 아직 일반인은 엄두도 못낼 수준이다. 에너지아의 6인 비행 상품 가격은 1100억원이다. 앞으로 기술개발에 힘입어 로켓 발사 비용 등이 획기적으로 줄면 누구나 우주 여행을 고려하는 시대가 열린다.

스페이스엑스가 개발한 로켓 재활용 기술도 우주 여행 상용화를 앞당길 기술 가운데 하나다. 스페이스엑스는 그동안 쏘아올린 것의 절반에 육박하는 25개를 육상기지와 해상 바지선을 통해 회수했다. 이 가운데 11개는 정비, 수리 작업을 거쳐 다시 쏘아올렸다. 정비 수리 기간도 두달 반으로 줄였다. 올해 최대 100번을 사용할 수 있는 팰컨9 최종판을 선보였다. 로켓도 일반 상품처럼 거듭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주 여행사의 최대 자산은 연구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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