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Ⅰ]<11>김진오 교수 "로봇은 양질의 일자리와 평등 확산에 기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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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대체한 직업을 직접 체험해본 적이 있나요? 당장 그 일자리에 가서 일해 보면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걱정하긴 어려울 겁니다.”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로봇이 대체하는 일자리는 인간이 하기 어렵고 힘든 '나쁜 일자리'라는 것이다. 산업용 로봇은 위험한 공장 근로자 업무를 대신하고 서비스 로봇은 감정노동 부담에서 인간을 해방해줄 수 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청년들이 힘든 일자리를 기피하는 상황 속에서 로봇과 자동화로 직업을 고급화해야 국내 일자리 문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설노동 등 힘든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일엔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로봇이 나쁜 일자리를 대신하면서 사회 평등 확산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생계를 위해 누구는 어렵고 힘든 일을, 누구는 편하고 쉬운 일을 한다면 평등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공장에서 사고가 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로봇은 이렇게 없어져도 되는 나쁜 일자리를 대신해왔다”면서 “로봇은 나쁜 일자리를 인간이 편하게 일하도록 좋은 일자리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로봇 기술이 고도화되면 기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봇 발전으로 인간이 지금까지 못했던 일이 가능해지면 그에 따라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드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까지 없었던 항공촬영·측량 수요가 생겨났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로봇이 복잡한 지하 배관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해저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봇을 얼마나 잘 쓰는지에 따라 국가 간 일자리 쟁탈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뺏고 빼앗기는 글로벌 일자리 경쟁 속에서 로봇을 걱정하는 탁상공론에 매몰되지 말고 로봇을 더욱 적극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로봇이 해외 공장을 가져오고 공장 국외 이탈을 막는 핵심 수단이라는 것이다. 기업을 유치하려면 로봇으로 생산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시절 로봇 자동화를 통해 중국으로 갔던 기업 생산시설을 유치한 게 대표 사례다.

농업 같이 우리나라가 취약한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 양질의 직업을 만들어내려면 로봇 도입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해외 기업형 농업과 비교해 국내 농업은 개인 비중이 크다. 생산비 절감과 생산량 증대 등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농업에서도 기업이 로봇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고 우려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면서 “우리 경제가 발전하려면 로봇밖에 없다. 로봇으로 다양한 직업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대표 로봇 전문가다. 카네기멜론대에서 로봇학 박사를 받은 뒤 일본 세콤연구소, 삼성전자 로봇사업부장을 거치며 300종이 넘는 로봇 개발을 주도했다. 2008년에는 로봇계 노벨상 '조셉 엥겔버거상'을 수상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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