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연방지방법원이 암호화폐공개(ICO) 사기 사건에 대해 증권법을 적용하면서 규제당국 손을 들어줬다. 규제당국도 암호화폐 헤지펀드와 중계사이트에 거액의 벌금을 매기면서 시장 불법 행위에 제재를 강화했다.
로이터통신은 브루클린에 있는 뉴욕연방지방법원 레이몬드 디어리 판사가 검찰이 막심 자슬라브스키에게 제기한 혐의에 대해 증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슬라브스키는 ICO를 추진하면서 증권거래법상 사기 혐의로 지난해 11월에 체포됐었다.
검찰에 따르면 자슬라브스키는 지난해 부동산으로 가치를 보장해주는 '리코인(REcoin)'이라는 암호화폐와 다이아몬드로 가치를 보장하는 '다이아몬드(Diamond)'라는 암호화폐를 통해 투자자에게 최소 30억달러를 모금했다. 검찰은 실제로 부동산이나 다이아몬드가 암호화폐 가치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자슬라브스키의 변호인 측은 법원에 암호화폐가 증권이 아닌 화폐(토큰)이기 때문에 증권거래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현행법이 모호해 불법성 여부를 명확하게 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디어리 판사는 연방증권법이 '유연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변호인의 요청을 기각했다. 또 최종 결정은 배심원에 의해 현행법상 충분히 가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암호화폐 주창자들은 ICO 단계에서 토큰을 유가증권으로 간주하고 규제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입장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그들은 ICO가 단지 이익이 아니라 네트워크,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약속하는 유틸리티 토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추상적 주장일 뿐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으며, 이번 법원 판결은 암호화폐 관련 사업이 더 이상 회색지대에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배심원단 판결까지 확정되면 시장에 던지는 파급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날 미 SEC가 암호화폐 상품을 판매한 헤지펀드 '크립토 에셋 매니지먼트'와 브로커 업체로 등록하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로 중계한 웹사이트 '토큰롯' 운영진에 각각 20만달러와 56만달러의 벌금을 매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 당국의 제재 조치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암호화폐 규제는 아직 초기단계이며, 의회에서는 아직 어떠한 법률도 통과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3월 브루클린의 연방판사는 암호화폐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의해 상품으로 규제될 수 있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