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게임 회사가 우리나라를 게임에 노출시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정확한 답사와 고증 기반으로 한국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12일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 '오버워치'에 부산 맵을 추가했다. 부산역, 용궁사, 피시방, 마린시티 등 부산을 모델로 했다. 과거 일본산 아케이드에서 보인 왜곡된 한국 이미지가 아닌 도회지 이미지로 표현됐다.
부산은 게임과 연관된 도시다. 10년째 게임축제 '지스타'가 열린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도 부산에서 열린다.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한국인 캐릭터 '송하나'의 고향도 부산이다. 맵이 공개될 당시 오거돈 부산시장은 직접 부산 맵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찰 맵에 존재하는 한국 전통 악기를 두드리면 모두 고유 소리를 낸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협력해서 녹음했다. 부산역 부분에 가 보면 일정 간격으로 실제 코레일에서 사용하는 TTS 한국어 안내방송과 에스컬레이터 이용 음성이 흘러나온다. 개발자들이 방한해서 직접 녹음했다. 시내 맵 노래방에서는 '라인하르트' 캐릭터가 노래를 부르는 이스터에그가 있다. 피시방 간판도 보인다. 방 문화가 발달한 한국 모습을 담았다.
유비소프트가 개발한 '레인보우식스 시즈'(레식)는 광복절 챌린지를 개최했다. 세계 곳곳에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 광복절 챌린지 미션을 완료하면 '대한민국 독립'이라는 태극 문양 부적을 제공했다. 한국 역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광복 의미를 설명했다.
'레식'에는 한국을 표현하는 요소가 많다. 타워 맵은 남산 옛 이름을 붙인 '목멱 타워'가 무대다. 타워 안에는 한국전쟁 당시 사진과 민화가 전시돼 있다. 영문 설명도 박물관 수준으로 구현했다. 벽에 걸려 있는 지도에는 독도가 명확히 그려져 있다. 한국을 다루던 기존 게임들이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던 것과 비교된다.
개발사 유비소프트는 독도를 한국 영토로 표시했다는 이유로 일본 게임 이용자들에게 많은 항의를 받았다. 일본은 개별 서버를 운영할 정도로 '레식'을 많이 이용하는 국가다. 게임사들은 분쟁을 피하기 위해 보통 '리앙쿠르 암초'라고 표기한다. 그러나 유비는 역사 고증을 이유로 독도를 지우지 않았다.
유비소프트는 대체 역사물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역사 고증에 진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전문가와 협업해 시대상과 지형 건물은 물론 놀이, 음식, 언어, 인물 등 작은 부분까지 꼼꼼히 연구한다. 한국 역사를 다룰 때도 변함이 없었다.
유비소프트는 또 다른 게임 '디비전2'에서도 동해를 '동해(Sea of Korea)'라고 표기했다. 가끔 국내 콘텐츠에서도 '일본해'라고 적어 질타를 받는 것과 대비된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한국형 챔피언 아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한국 문화에 매료됐다. 한국 문화유산을 세계 수준의 뛰어난 인류 유산으로 인식했다. 이에 문화재청을 후원했다. 다양한 복원·환수·보호, 홍보 활동을 지원했다. 2017년에는 문화유산 보호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해외 최초 '평화의 소녀상' 건립 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를 기념해 한국인 캐릭터에 '글렌'이란 이름을 붙인 게임 개발사 텔테일게임스도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e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종주국이자 최고 기량을 뿜어내고 있는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e스포츠리그는 영국축구(EPL), 스페인축구(LaLiga)에 비견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ESPN과 같은 전통 스포츠 매체도 임요환과 이상혁을 호나우두(축구), 마이클 조던(농구)과 같은 선상에서 대우하고 있다.
한국 e스포츠를 대하는 과정에서 중국, 일본과 색다른 한국 문화를 알게 돼 이를 게임에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80~1990년대 와패니즈(일본 문화에 심취한 서양인) 문화가 발달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경혁 게임평론가는 “과거 한국은 부채춤과 한복으로 대표되는 제3세계의 신기함 정도에 그쳤다”면서 “한국 게임 이용자 위상이 온라인 세상에서 올라가면서 덩달아 게임 국가로서 위상이 높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