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인공지능(AI), 전장부품 등 미래 수종 사업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종합기술원을 방문, 3~4년 후 미래 성장 동력 사업을 점검했다. 사업부가 아닌 삼성종기원 기술개발담당팀을 직접 방문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AI와 차량 전장부품 등 미래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0일 삼성종기원을 방문해 AI와 전장부품, 첨단 소재,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기술 개발 상황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종기원에서 주요 기술별 개발 현황과 향후 과제, 시장 전망까지 보고를 받았다.
삼성종기원은 삼성그룹 선행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원천 기술 개발을 넘어 가까운 시일 안에 사업화가 가능한 분야를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4년 후 사업화할 아이템들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미래 수종 사업을 찾아 왔다. 올해 초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유럽, 캐나다, 중국, 일본, 홍콩, 인도 등지를 오가며 전장부품, AI, 차세대 반도체 등을 챙겨 왔다.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일본 출장에서 반도체 장비업체 우시오전기와 자동차 부품업체 야자키 등을 만났고, 중국에서는 세계 1위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BYD)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포스트 반도체'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 가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이 하락세에 접어들면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에서도 미래 사업을 위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AI,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사업으로 점찍고 앞으로 3년 동안 2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장부품 사업을 위해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 계약을 통해 하만을 인수했다. AI 사업을 위해서는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 등 전 세계 6곳에 AI 센터를 설립했다. 삼성종기원 주관으로 12~13일 이틀 동안 AI 분야 세계 석학들을 초청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응용과 혁신 방향을 모색하는 '삼성 AI 포럼 2018'도 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 AI 포럼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지만 AI와 연계한 반도체, AI와 융합한 가전제품 개발 동향 등을 별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종기원을 방문한 것은 미래 먹거리 사업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해외 출장도 현재 주력 사업보다 삼성의 장점을 살려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