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은 2020년대부터 자율주행차를 본격 양산한다. 자율주행차는 운전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닌 차량에 주어진다.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기술 연구개발(R&D)이 활발히 이뤄진다. 이론상으로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세계 각국은 사회 제도와 법안 마련을 위해 나라와 나라, 나라와 기업 간 다양한 협의체를 발족시켜 연구한다.
일반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되면 많은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사람은 이동 중에 더 이상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를 볼 수 있다. 운전면허를 딸 필요도 없어질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 또는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가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통신망과 연결된 자동차는 움직이는 '컴퓨터'가 돼서 현재 '스마트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가져올 수많은 변화 중 세 가지 쟁점에 초점을 맞춰 조망해보자.
◇자동차가 면허 따는 시대…“2030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자율주행차 가장 큰 특징은 운전 주도권이 사람에서 시스템이나 자동차로 옮겨가는 것이다. 다만 단순히 스스로 주행하는 차량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부분적으로 사람이 운전에 개입하는 정도에 따라서 자동화 단계가 나눠진다. 자율주행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율주행 단계를 5~6단계로 구분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최근 공개한 자율주행 표준 'J3016' 개정안에 따르면 레벨0을 '비자동화' 단계, 레벨1~2를 '운전자 지원' 단계, 레벨3~5를 '자동화' 단계로 명확하게 구분했다.
레벨0은 사람이 모든 것을 제어하는 단계다. 레벨1은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시스템(AEB) 등 자동화 장치가 한 가지만 작동하는 단계다. 레벨1은 사람이 운전 대부분을 제어하고 지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레벨2는 두 가지 이상 자동화 장치가 동시에 작동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여전히 많은 부분을 제어하지만 부분 자동화가 이뤄진다. 현재 대부분 제조사가 양산하는 차량 자율주행 수준이 레벨1~2에 해당한다.
레벨3부터는 운전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옮겨간다. 레벨3는 시스템이 차량 제어와 운전 환경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고 특정 환경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 상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이 가능하다.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4와 레벨5는 운전자 개입 가능 여부로 갈린다. 레벨4는 비상 시 운전자가 직접 운전할 수 있다. 레벨5는 모든 환경에서 시스템이 운전하고, 사람이 관여할 수 없는 단계다. 즉 운전대가 없는 '무인차'만 레벨5에 해당한다.
레벨3까지는 운전자가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레벨3 자율주행차까지는 운전면허를 사람이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레벨4·5 자율주행차는 업계와 학계에서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레벨4 자율주행차는 운전 대부분을 차량이 하기 때문에 운전자 도움이 거의 필요 없다. 레벨5 자율주행차는 스티어링휠 자체가 없다. 때문에 레벨4·5 자율주행차는 차량 제조사, 자율주행 시스템 제작사에서 면허를 발급받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
◇교통사고 '제로'를 꿈꾸는 자율주행차
자동차 기업, 교통 전문가는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첫 번째 변화로 '안전에 대한 확보'를 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세계에서 매일 수백만명이 교통사고로 다치고 3500명 이상이 사망한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30만명에 달하고 증가폭도 커 이 추세라면 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연간 19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NHTSA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생한 교통사고 약 94%가 운전 중 부주의, 음주운전, 과속 등 사람 문제였다. 우리나라 도로교통공단 2015년 통계에서도 교통사고 전체 원인 95% 이상이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과실로 나타났다.
NHTSA 정책·전략 기획이사 출신인 첸 리우 베너블 엘엘피(Venable LLP) 선임고문은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 교통사고 발생률이 0%에 가깝게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1조달러(약 12조원)가량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통사고 원인 94%가량이 운전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카셰어링 서비스도 자율주행과 결합되면 보급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운전자 과실 최소화로 교통사고 인명 손실을 줄이기 위해 1990년대 초반부터 많은 예산을 투입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자율주행으로 향하는 필수기술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기술이 대부분이다. 시스템이 인간 한계나 부주의에서 비롯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기술은 사회적 비용을 대대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전을 할 수 없는 노약자나 취약계층에게도 희망을 준다.
◇'이동수단' 한계를 넘어선 자율주행차…“움직이는 사무실·호텔”
사람이 '운전'에서 자유로워지면 자동차는 단순 '이동수단' 역할만 하지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메가시티 대부분은 출퇴근 시간이 평균 100분을 넘는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하루 평균 100분 이상 시간을 운전 외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볼보자동차는 최근 미래형 자율주행 전기차 '볼보 360c'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자동차를 승용차 개념에서 벗어나 '휴식과 안락'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했다. 360c는 자동차면서 사무실이자 거실, 엔터테인먼트 공간, 침실 등 요소를 포함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자율주행 차량이다. 사람 운전이 필요 없어 실내 설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볼보는 이를 항공기에 비유해 1등석에 탑승한 것처럼 넓고 편안한 공간에서 여행 안락함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요타는 자율주행 시대에는 자동차가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초 CES에서 선보인 'e-팔레트'는 완전 자율주행시스템이 탑재된 전기차다. 맞춤형 인테리어로 카셰어링, 사무실, 물류차량, 푸드트럭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토요타는 아마존, 디디추싱, 피자헛, 우버, 마쯔다와 'e-팔레트 얼라이언스'를 맺었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축하고, 서비스 기획부터 실증사업까지 추진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시범 가동할 계획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