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연구원(KETI)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자율지능 디지털 동반자' 과제를 통해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수어(手語) 인식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KETI가 개발한 기술은 순환신경망의 일종인 양방향 LSTM(Long short-term memory)을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수행하고, 수어 구현자의 손, 얼굴, 입 등에서 특징을 추출해 한국어 문장으로 해석하는 기술이다. 다른 기술 대비 높은 실용성과 간편성, 정확성이 돋보인다.

기존 수어 인식기술은 국어와 수어 간 서로 다른 어순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수어를 단어로 대체하는 형태로 개발돼 청각장애인의 실제 사용이 어려웠다. KETI 기술은 청각장애인의 수어 자체를 학습하고 이해하는 AI 기술로 청각장애인이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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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I 연구원이 웹캠을 활용해 수어 인식을 시연하는 장면. (사진=KETI)

기존 기술은 적외선을 이용한 깊이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차단하거나 수어 제공자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야 하는 등 3차원 정보추출을 위한 별도 기기가 필요했다. KETI가 개발한 기술은 웹캠과 같은 일반 카메라만으로도 구동이 가능해 장소제약이 없고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술 정확도도 96%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비전문가 수어도 인지하는 정밀한 기술로 어느 누가 수어를 하더라도 인식 수준이 높다.

KETI는 이번 기술개발을 위해 수어통역 연구의 국내 최고 기관인 나사렛대학 윤병천 교수팀과 협력해 지난해부터 AI 학습을 위한 수어 데이터를 구축했다. 현재 청각장애인의 안전과 관련한 112·119 신고, 기타 도움 요청에 필요한 필수 단어 419개와 문장 105개를 대상으로 10명의 수어 구현자를 다각도에서 촬영해 11.5시간 분량의 동영상 1만480개가 구축된 상태다.

앞으로 연구팀은 안전 분야 외에 의료, 민원, 금융, 편의서비스 등과 관련한 수어데이터를 지속 구축해 선진국 수준의 데이터셋을 확보하고 인식 성능 또한 개선할 계획이다.


연구를 총괄한 정혜동 KETI 인공지능연구센터장은 “이번 기술개발을 통해 AI가 누구나 불편함이 없도록 세상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AI 기반 행동 인식 기술을 지능형 CCTV에 확대 적용해 도시안전에 활용하거나 자율주행차에 탑재해 경찰관 수신호까지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언행 모두를 이해하는 고지능 AI 기술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