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평양을 중심으로 대규모 경제협력 기회가 열린다. 해외 자본 대거 유입으로 인한 '코리아 패싱'을 피하려면 경협 경쟁력 제고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11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열린 '동북아공동체ICT포럼 제61차 조찬간담회'에서 “북미, 남북 관계를 두고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지만 잘 풀리면 남북경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올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부총장은 '북한 비핵화에 따든 신남북경협 시대의 개막: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남북경협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추이를 보면서 침착하게 바라봐야 한다”면서도 남북 경협이 한반도 경제 정세를 뒤바꿀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북 경협 재개로 △우리 해외이전 기업의 유턴 △북한 시장 확대에 따른 낙수효과 △신기술·첨단사업 이전과 육성 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양 부총장은 남북 경협 여건을 제재 완화 추이에 따라 4단계로 구분했다. 초기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기존 남북 경협 사업이 재개되고, 소규모 신규 사업이 추가될 것으로 봤다. 이후 소규모 공단 조성, 유통, 식품, 건설 등 북한 내수 시장을 겨냥한 중간 규모 투자(2단계)를 거쳐 에너지, 통신, 인프라, 철강, 화학 등 대규모 투자(3단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가전, 자동차, ICT 등 대규모 투자는 최종 단계 사업으로 지목했다. ICT 경협 가능성이 높고 파급력 또한 클 것으로 예상했다.
양 부총장은 “북한은 지난해, 올해 예산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가 과학기술일 만큼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북한이 평양에 은정, 강남 두 곳을 ICT 특구로 지정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이곳을 실리콘밸리 수준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내세운 만큼 ICT 경협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부총장은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우리나라가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본격 추진하는 상황이 되면 미국, 중국, 일본, EU도 북한에 뛰어들며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무너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 북한이 '을'에서 '갑'으로 올라서고, 제3국 대규모 자본에 밀리면 코리아 패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부총장은 “향후 대폭 변화 가능성 있는 남북 경협 여건, 제약 조건 검토와 함께 목표와 수단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