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세계 '유전자 가위' 권위자로 꼽히는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 특허 빼돌리기 의혹에 대해 감사를 착수했다. 정부 연구비를 받아 개발했지만 기술 특허권을 자신이 세운 기업이 독차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기업 측은 적법한 계약에 근거해 특허 권리를 이전 받았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서울대는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화학과 교수 재직시절(2012~2013년) 개발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원천 기술을 빼돌렸다는 주장에 감사를 하겠다고 10일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자르거나 건강한 유전자를 끼워 넣는 첨단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김 단장은 2012년 유전자를 교정하는 효소 단백질을 개발했다.
의혹은 김 단장이 2010~2014년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비 29억3600만원을 받고 유전자 가위기술을 완성했지만, 해외 특허는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툴젠 명의로 출원했다는 것이다. 대학교수가 정부 연구비를 받아 개발한 기술 특허는 기본적으로 해당 대학에 있다. 하지만 서울대에 직무발명 신고를 하지 않고 툴젠에 빼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는 “예비감사 후 특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외부 전문기관 정밀분석에서 서울대 권리가 침해당한 부분이 발견되면 형·민사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작년 6월 연구원 민원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1년 이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방조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6월 김 전 교수에 관련된 민원이 제기됐지만, 경찰에서도 같은 사안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4월 서울대에서 자체 조사를 시작하고, 권리 평가를 위해 특허법인과 계약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에게 수천억원대 원천기술을 뺏겼다는 내용에 대해 “일반적으로 기술이 사업화되기 이전에는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당시 서울대가 책정한 기술료가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999년 설립한 툴젠은 김 단장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상용화해 글로벌 진출을 시도해 왔다. 최근 유럽에서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등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달에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3억원, 영업손실 41억원, 순손실 43억원이다.
툴젠은 강력하게 반박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는 발명자가 가출원 제도를 이용해 본인명의로 최초 가출원했으며 툴젠은 적법한 계약에 근거해 이전받아 본출원했다는 주장이다. 가출원 제도는 미국에서 발명자가 정식 특허 출원 전 자신의 발명을 미국 특허청에 제출해 출원일을 더 빠른 날짜로 인정받는 제도다.
툴젠 관계자는 “서울대와 2012년 11월 20일 지분양도 계약을 체결, 적법한 계약 내용에 따른 것”이라면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발명은 한국연구재단 지원만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툴젠 도움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수익을 남기지 않고 수천억원 가치를 가진 특허를 민간기업에 넘겼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툴젠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대에 유전자교정 연구비를 지원했다. 기술이전 대가를 지급하는 것과 별개로 2011년 12월 28일 서울대 발전기금에 툴젠 보통주 10만주를 무상 증여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