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하나벤처스'와 '하나벤처투자' 상표권을 대거 출원했다. 디지털 산업 확장은 물론 핀테크 직접 투자, 블록체인 시장 진출까지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디지털 사업 확장이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조직 대폭 강화를 비롯해 올해 경영 화두를 'ABCD(인공지능·블록체인·클라우드·데이터)'로 잡았다. 최근 정부 규제 혁신 기조에 발맞춰 보완재로만 활용해 온 IT 기반 산업을 중점 육성 사업으로 확정, 편입시켰다.
4일 금융·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7월 하나벤처스와 하나벤처투자 한글과 영문 상표권을 다수 출원했다.
눈에 띄는 것은 암호화폐 중개업과 환전업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14개에 이르는 신규 업종을 추가했다. 암호화폐업은 물론 공공자본 투자관리업, 교육 자금지원 관련 상담업, 국제기업용 자산투자업, 국제펀드투자업, 금융상품 중계업, 금융투자 관련 설계업 등이 포함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핀테크와 접목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하나벤처스에 대한 사업 방향, 조직 구성 등 세부 사항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대형 은행 디지털 산업 진입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관측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이 디지털 산업 육성에 직접 나섰다.
효과 높은 정보 활용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디지털 기술'을 선정하고, 모든 계열사가 하나금융티아이 중심으로 전문가 양성과 채널 혁신을 추진한다.
김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IT 전문가 1000명을 중장기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발언권이 약한 IT 계열사 하나금융티아이를 주요 회의에 배석시키고, SK텔레콤 합작사인 핀크 등 IT 관련 계열사에 힘과 예산을 전폭 실어 주고 있다.
전통 뱅커에 비해 '서자' 취급을 받아 온 IT금융 인력도 이 같은 김 회장의 지지에 조직력이 강화되면서 사업을 적극 펼칠 기세다.
하나금융 최연소 부행장이자 부사장인 한준성 부사장을 디지털 사령탑으로 임명하고, 스위프트나 비자·마스터카드 결제를 대체할 분산운용디지털 자산 'GLN 프로젝트'를 확대한다.
각국 은행이 서로 연결되고 은행과 제휴된 리테일러, 포인트 사용처, 다양한 자금 수요처 등이 하나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만든다. GLN앱을 통해 소비자는 디지털 자산을 포인트·전자화폐 등으로 교환하고 간편 결제 및 송금할 수 있는 디지털 네트워크다.
하나금융은 이에 앞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업을 관장하는 DT 랩을 신설하고, 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 연구소장 출신 김정한 전무를 랩 총괄자로 영입했다. 하나금융은 그룹 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IoT, 클라우드 등 미래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해외 IT 기업의 디지털 네트워크를 벤치마킹해 금융에 융합하는 작업이다.
유관 인력 양성과 CDO 조직을 최전방으로 배치, 그동안 수동 또는 보완 개념이던 디지털 사업 전략을 은행 최우선 생존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하나금융을 위시해 농협,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대형 은행들도 ABCD 디지털 채널 전략을 강화하며 체질 대 개선에 들어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