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소아청소년 뇌전증 환자 뇌파가 정상화되는 시기를 규명했다. 질병이 없어지는 시기를 알지 못해 뇌 성장이 활발한 시기에 약물치료를 이어갔던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분당서울대병원(원장 전상훈)은 소아청소년과 신경분과 황희·김헌민·최선아 교수팀은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데니스 들루고스 박사팀과 공동으로 양성 롤랜딕 뇌전증 환자 뇌파 정상화 시기를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양성 롤랜딕 뇌전증은 중심 측두부 극파를 보이는 소아기 양성 뇌전증이다. 특징적 뇌파가 관찰되며 주로 수면 중에 발생한다. 청소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져 별도 항경련제를 투여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발작이 자주 발생하거나 지속되면 낮 동안 발생하는 경우에는 항경련제 투여가 요구된다.
뇌성장이 활발히 이뤄지는 소아청소년기에 약물을 언제까지 복용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 뇌파 이상으로 인한 발작이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도 뇌파가 정상화되는 시기 판단이 어렵다. 발작 재발을 우려해 기존 약물 치료 중단도 쉽지 않다.
황희 교수팀은 양성 롤랜딕 뇌전증 환자 134명을 발병부터 완화까지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비정상적 뇌파가 사라지는 연령은 평균 11.9세였다. 전체 대상자 모두 만 17세 이전에 뇌파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발병 후 뇌파가 정상화되기까지 평균 3.76년 걸렸다.
항경련제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은 약물 치료를 받은 그룹과 비교해 비정상 뇌파가 지속되는 시간이 짧았다. 약물치료가 뇌파 정상화에 필수는 아니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뇌파에 이상이 있더라도 1~2년 이상 충분한 발작 증세가 없으면 투여하던 약물을 줄일 필요가 있다.
김헌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번 연구로 뇌파 정상화 시기와 연령 등 뇌전증 치료 도움이 되는 요인을 밝혔다”면서 “뇌전증 치료를 위한 약물 사용기간을 최소화해 성장기 소아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소아신경분야 국제 학술지인 '브레인 앤 디벨롭먼트(Brain&Development)' 최신호에 게재됐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