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아직 원전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열린 중간 설명회에서도 원전 언급은 없었다. 그나마 이번 정권 들어 첫 소집된 지난달 31일 에너지위원회가 해체산업 준비와 수출산업 육성 필요성 정도만 언급했다.
현 정부 들어 확정된 원전 산업 관련 사안은 신고리 5·6호기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은 없다는 것이다. 설계수명 만료 후 수명연장을 시도하는 설비도 없다. 수명연장 운전 중인 월성 1호기는 조기폐로가 결정됐다. 계획대로라면 3차 에기본 기간인 2040년까지 남아있는 원전은 12기다. 현재 운영 원전의 절반 수준이다.
원자력계가 산업 생태계 붕괴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일단 이에 대한 대책은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후속·보완대책을 통해 마련돼 있다. 정부는 원전수출을 통해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원전해체산업과 사용후핵연료관리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원전 관련 중소기업 관련해선 시설 안전강화를 통해 시장유지, 판로 전환 등의 조치를 취한다. 인력은 진출경로 다양화, 경력전환 지원 등을 추진한다.
3차 에기본은 여기서 나아가 에너지전환 후속대책 이후 장기적인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해체산업은 원전건설과 달리 순수 지출사업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사회적 갈등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수출은 신규 해외 프로젝트가 얼마나 나올지, 우리가 수주할 수 있을지 등 불확실성이 많다.
지금 정부가 제시한 원전산업 대책은 원전을 수출하고, 해체와 사용후핵연료관리산업이 정착하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반대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당장 국내 신규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원자력 관련 기초연구와 R&D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전문 인력 유지 필요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도 3차 에기본에서 거론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4세대 원전 개발, 소듐원자로, 핵융합발전 등 유지 여부를 선택해야 할 이슈가 많다.
폐로 원전 처리도 고민거리다. 정부가 해체산업을 육성한다지만 모든 수명만료 원전을 해체할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다고 해도 일부 설비는 만일을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석탄화력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발전원 포트폴리오는 다양할수록 유리하다. 재생에너지와 LNG로 100% 전력을 충당하는 시점에서도 언제든지 다시 우라늄과 석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비가 필요하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