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 규제가 지속되자 한국 암호화폐공개(ICO) 기업에 이어 암호화폐 투자자까지 해외로 대규모 이탈했다. 약 30조원에 이르는 거래 자금이 해외 대형 거래소로 순유출됐다. 한국 암호화폐거래소는 물론 블록체인 생태계 해외 종속이 현실화됐다.
30일 전자신문이 아마존 인공지능플랫폼 알렉사닷컴을 통해 국내 최초로 세계 20위 암호화폐거래소 투자 현황(한국 투자자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2년 전만 해도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던 한국 투자자 이용이 급증했다. 업계 추산 최소 약 30조원이 해외로 순유출됐다.
알렉사닷컴은 아마존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측정 서비스다. 본지는 알렉사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암호화폐거래소의 한국 투자자 비율을 모두 추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거래량 기준 1위 거래소 비트포렉스 한국 투자 비율은 20.9%로 일본과 미국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2위 비트멕스에서는 12%를 한국이 투자, 역시 3위를 기록했다.
중국 바이낸스는 3.2%로 8위, OKex는 12.4%로 4위를 각각 기록했다.
6~10위 거래소도 코인 거래 한국 투자자가 대거 늘었다. 후오비 한국 투자 비율은 4.7%(4위), 코인엑스 2.8%(7위), 힛빗 거래소 4.3%(5위), 코인제스트와 코인베네는 한국인 투자비율이 각각 94.5%, 33.9%의 압도하는 비율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밖에 10위권 밖 거래소 한국 투자 비율도 급증세를 보였다.
비박스 16%(3위), 비트제트 34.20%(2위), 엘뱅크 14.2%(2위), 비트파이넥스 4.90%(5위), 에프코인 4.9%(4위)였다.
한국 대형 거래소 빗썸은 한국 투자 고객이 89.4%로 가장 많았다. 케셔레스트도 95.7%가 한국인이었다. 국내 거래소 해외 이용 고객은 거의 없는 반면에 해외 거래소 한국 투자자 이용은 급증, 대조를 보였다.
한국 암호화폐 투자자 탈한국 현상은 정부의 강력 규제로 인해 실제 시장에서 금융 서비스 이용이 쉽지 않고, 김치 프리미엄도 대거 빠진 탓이 크다.
빗썸, 업비트 등 대형 거래소를 이용하던 투자자들이 신규 계좌 발급 중단과 연이은 검찰 수사, 대형 거래소 죽이기에 정부가 나서면서 투자자 피로감이 누적됐다.
정부의 ICO 원천 금지 여파로 기업은 물론 일반 투자자까지 코인 투자 거래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되는 기회비용과 국부 유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기업과 개인 모두 해외로 탈출하면서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민간 자금 자체가 고갈될 위기”라면서 “수수료 고액 장사를 했다는 국내 거래소의 부정 이미지도 강해 이대로 가다간 사업 자체를 할 수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