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서관, 감스트, 밴쯔, 캐리 등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인터넷방송에서는 스타 연예인 못지않는 대우를 받는 개인방송 창작자다. 우리는 이들을 유튜버나 BJ, 스트리머라 부른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구독자가 10만명을 넘는 국내 채널은 2015년 367개에서 2017년 1275개로 불과 2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100만명을 돌파한 국내 채널도 100개 이상이다. 국내 유튜브 상위 100개 채널 가운데 절반가량은 개인이 운영한다.
이들 1인 방송 창작자들은 유튜브나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특정 플랫폼에 채널을 개설해 따로 활동하거나 다이아TV, 트레져헌터 등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MCN 기업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메니지먼트사로 이해하면 쉽다. 해외에는 세계 최초이자 일본 최대 MCN 기업인 UUUM, 디즈니에 인수된 메이커 스튜디오, 드림웍스가 사들인 어썸니스TV가 대표적이다.
인터넷개인방송도 일반 동영상처럼 유튜브에서 주로 소비된다.
올 6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월간 유튜브 순이용자 수가 2500만명에 달했다. 올 2월 기준 국내 유저의 유튜브앱 사용시간은 257억분으로 전체 앱 사용시간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유튜버 위상도 달라졌다.
게임방송을 하는 대도서관의 경우 유튜브 광고 수입만 연 10억원에 달한다. 추가수입까지 더하면 17억원에 달한다고 한 TV프로그램에서 밝힌 바 있다. 각종 매체에서는 이들을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며 스타급 연예인 수준으로 대우한다. 방송사에서도 서로 모시기 경쟁이다.
유튜버나 BJ, 스트리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TV에서 볼 수 없었던 형식과 내용이 이용자 이목을 사로잡는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인터넷 개인방송이 TV프로그램 못지않게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미디어와 달리 소통이 가능한 것도 개인방송을 시청하는 이유로 꼽았다. 응답자 78.5%가 혼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인식했다.
◇규제, 또 규제
인터넷개인방송 시장이 성장하는 것과 반대로 국회와 정부 차원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인터넷 방송 업계, 각 협회 등으로 구성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는 지난 3월 인터넷개인방송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유료 아이템 충전 한도 제한이다. 100만원까지만 가능토록 묶었다. 협의회는 이 외에도 방송 진행자 윤리강령과 콘텐츠 제작 기준 등도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통위에서는 자율규제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당시 “인터넷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만큼 건전한 인터넷환경을 구축하는 데 사회적 책임이 있다”면서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불법〃유해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만들어 이른바 인터넷 먹방 실태 점검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먹방이 과식을 조장해 국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 측은 “방송사와 포털 관계자, 1인 방송 제작자, 의학 전문가, 소비자 단체로 협의체를 구성해 검토한 뒤 내년 하반기쯤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기업과 달리 국내 업체는 늘어나는 규제와 망사용료 지불에 따른 신규 사업투자 위축으로 경쟁력마저 약화될 위기에 놓였다”면서 “늦기 전에 공정한 시장제도를 마련해 국내 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갖춰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자생력 강화에 초점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를 따르는 동시에 콘텐츠를 강화해 플랫폼 경쟁력까지 키우려는 구상이다.
아프리카TV는 2분기 실적발표 때 하반기 주문형 비디오(VOD)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취지다.
장동준 아프리카TV 상무는 “콘텐츠와 VOD가 하반기 키워드로 기존 BJ 중심 커뮤니티 생태계에 콘텐츠 가치를 넣어 뉴미디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면서 “검색과 데이터 분석을 고도화해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CJ E&M은 최근 1인 창작자 지원사업인 '다이아TV'의 다이아 스튜디오를 강남으로 이전했다. 다이아 스튜디오는 창작 공간이 부족하거나 장비 마련이 어려운 창작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신예 1인 창작자 편의를 고려했다. 다이아TV 본부가 있는 삼성동과도 가깝다.
국내 첫 MCN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트레져헌터는 지난해부터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상하이에 법인을 세우고 창작자인 '왕훙' 매니지먼트 사업 중이다. 4월에는 중국 이지아트미디어와 황훙 아카데미도 만들었다.
◇플랫폼은 끝난 게임, 콘텐츠로 승부해야
플랫폼 대결은 무의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상 플랫폼 대결은 끝났다는 평가다. 유튜브가 모바일 동영상 대부분을 장악한 데다 최근 들어 트위치까지 가세했다. 아프리카TV와 네이버 브이라이브 등이 힘을 내고 있지만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다. 실제로 국산 플랫폼을 떠나 유튜브 품에 안긴 유명 콘텐츠 제작자도 여럿이다.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된 규제는 우수한 콘텐츠 제작 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시장이 이제 막 커지기 시작했는데 규제는 이르다는 것이다. 스타급 유튜버나 BJ, 스트리머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콘텐츠 제작 경쟁력마저 밀릴 수 있다. 자칫 e스포츠나 게임처럼 주도권을 놓칠 우려도 적지 않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방탄소년단이 유튜브와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성장했듯이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어 플랫폼을 압도해야 한다”면서 “규제는 좋은 콘텐츠 싹을 자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