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구급대원이 환자 병력·생체정보를 자동수집, 의료기관에 전달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구급차·응급실 간 정보공유 기반을 마련해 환자 골든타임을 확보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 환자 중증도에 따라 최적 병원을 제시하는 기능까지 구현한다.
연세의료원(원장 윤도흠)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박은정 교수팀이 응급상황에서 환자 병력, 생체 정보를 자동 파악·공유하는 시스템 'SEMS(Smart Emergency Medical Service)'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SEMS는 '자동 정보 수집'과 '실시간 정보 공유'가 핵심이다. 구급대원이 수동으로 수집했던 환자정보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자동화했다.
구급대원은 응급상황 환자인식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 '라이프 태그'를 이용해 환자 병력을 파악한다. 환자가 보유한 라이프 태그를 NFC 방식으로 접촉하면 환자 병력·수술 이력, 알레르기 유무, 보유 약물 등 11가지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정보는 구급 대원 단말기 속 '스마트 구급활동 일지'로 자동 전송된다. 정보 정확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정보 수집에 소요됐던 시간을 단축해 응급 상황 대처에만 집중한다.
라이프 태그는 행정안전부,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추진 중인 재난대응 의료안전망사업으로 제작·확산한다. 2014년 출범한 사업단은 재난재해 발생 시 인명손실을 최소화하고 국민 생명보호, 사회 안전망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사업 일환으로 별도 밴드나 신용카드 등에 칩을 내장한 라이프 태그를 꾸준히 보급한다.
수집된 정보는 실시간으로 응급진료센터 의료진이 확인하도록 전송한다. 병력정보는 물론 구급차 내 환자 감시장치에서 수집된 환자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 생체 정보가 대상이다. 1분 단위로 스마트 구급활동일지와 응급진료센터로 전송된다.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환자 현재 상태와 중증도, 처치 방법을 논의하고 빠른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비콘 센서를 활용해 출동, 환자 접촉, 현장 출발, 병원 도착, 귀소 등 주요 구급 활동 과정도 스마트 구급활동일지에 자동 기입된다. 대량 사상자가 발생한 재해 현장에서는 환자 중증도에 따라 네 가지 색의 LED 태그를 부착해 신속한 대응 계획 수립도 지원한다.
시범적용 결과 현장 만족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은평, 서대문, 마포소방서 관할 9개 119안전센터와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테스트했다. 응답자 9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 응급치료에 환자 생존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시스템 고도화, 확산 사업도 추진된다.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 P-HIS와 연동해 응급처치부터 수술, 입원, 재활까지 전주기 관리 체계를 확립한다. 병력, 생체정보를 AI로 분석해 중증도에 따라 2·3차 병원으로 이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모든 응급환자가 대형병원에 몰리는 현상을 방지한다.
전국 소방서 시스템 연동을 추진하는 것 역시 SEMS 확산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SEMS는 소방서·의료기관은 물론 소방서 간 시스템 연동도 필수다. 지역 소방서 관할이 다르다보니 시스템도 제각각이다. 내년부터 정부는 소방청·시도소방본부 구조구급 시스템 통합 사업을 추진한다.
장혁재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전국 소방서 전산 시스템이 연동되면 SEMS가 운영되는 고속도로가 깔린다”면서 “국민이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응급상황에서 안전하고 공평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기술 인프라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SEMS는 소방청 현장중심형 소방활동지원 기술개발 사업 결과물이다. 2015년 7월 착수해 올해 6월까지 진행됐다. 관련 논문은 '스마트 응급 의료 서비스 요구사항 분석과 구현'이라는 제목으로 IEEE ACCESS에 게재됐다.
<SEMS 개요>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