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국 메모리 굴기 호들갑 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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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보면 중국이 메모리 시장에 진출했을 때 한국은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호들갑을 피우는 보도가 많이 보인다. 실제 한국과 중국의 메모리 기술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매출 비중이 높은 D램을 예로 들어보자. 기술력 수준은 미세화로 나타낼 수 있다. 현재 20나노 초반대를 넘어 10나노 후반대 D램이 양산되고 있다. 통상 웨이퍼 한 장에서 80% 이상 양품 D램을 확보할 수 있어야 양산할 수 있다.

20나노에서 18나노로 넘어갈 때 한국 회사는 대략 2년 정도 개발 시간이 걸린다.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80% 수율 확보까지도 1년에서 1년 6개월이 소요된다. 이 과정은 중첩되기 때문에 통상 세대당 2년에서 2년 6개월의 시간차가 있는 것이다. 즉 D램에서 '한 세대를 앞섰다'는 것은 2년에서 2년 6개월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중국에서 D램 메모리를 생산하겠다는 이노트론을 살펴보자. 이노트론은 지난 6월께 공장을 완공하고 월 300㎜ 웨이퍼 기준 투입량 5000장 수준으로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초기 제품은 20나노 초반대 D램이다. 생산성 검증에 6개월 이상이 걸리고 월 10만장 규모로 증설하려면 또 그만큼의 검증 시간이 걸린다. 양산 정상화는 내년 말이다. 지금 삼성 기술과 비교하면 3세대(6년에서 7년 6개월), SK하이닉스와는 2세대(4~5년)의 격차가 있다.

이것도 내년에 양산이 정상으로 이뤄진다는 가정 아래에서다. 양산이 되더라도 격차를 좁힐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노트론에서 활동하는 엔지니어는 대부분 대만 사람이다. 이들은 D램 개발 경험이 많지 않다.

대만 UMC와 합작한 중국 D램 메모리 회사 푸젠진화도 마찬가지다. 푸젠진화는 이노트론보다 뒤처진 32나노 기술을 활용한다. 현재 25나노급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기술을 근간으로 한다. 특허 소송이 이유 없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니다. 이노트론과 비교하면 오히려 UMC가 장기 성장 가능성이 있다. D램을 파운드리 양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가 주력인 칭화유니그룹 산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어떤가. 이 회사의 기술 리더는 대만에서 D램을 최초로 시작한 난야 사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마이크론과 기술을 합쳐 이노테라를 만든 주인공이다. D램이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 그는 안다.

칭화유니는 결국 이 때문에 그나마 쉬운 낸드플래시부터 먼저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기술 경쟁력도 업계 1위 삼성과 비교하면 4~5년 뒤처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칭화유니의 기술 추격 경쟁력을 살펴보면 완벽한 연구개발 인력 미확보와 한국 공장보다 운영에 미숙한 대만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그 격차를 줄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당분간 3~4년 동안은 이 격차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4개 회사가 나눠 먹던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 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격 하락도 부추길 것이다. 중국은 정부 도움을 받아 다른 산업군에서 한국 경쟁사를 누르고 성공한 사례를 많이 만들었다. 국내 산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우려는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한국이 느끼는 우려는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엔지니어가 연봉 3배를 받고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국내 보도는 그쪽 실상을 잘 모르는 것이다. 중국 내 3개의 메모리 회사에서 한국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우려하듯 대규모로 그쪽에 넘어가 있지는 않다. 상대를 정확하게 알아야 대비책을 세우고 경쟁도 한다. 지금은 '호들갑'이라고 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최진석 진세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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