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허위 학술단체 논란을 빚고 있는 와셋(WASET)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연구자가 최소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참여 횟수는 2회가 넘었다. 와셋 특성을 감안하면 연구자가 부실한 행사임을 알고도 재차 참석했을 가능성이 있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시스템(KRI) 등록자 대상으로 와셋 참석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 번이라도 참석한 적이 있는 연구자는 482명으로 조사됐다.
참여 횟수는 총 1038회다. 한 사람이 평균 2회 이상 참석한 셈이다. 참석자 가운데 약 90%가 대학교수로 확인됐다. 연구자 한 명이 최대 22회 참석한 사례도 있었다.
KRI는 대학, 출연연 소속 연구자 연구 업적 정보를 공유·활용하기 위해 2008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교수, 석·박사급 포함 50여만명 정보가 등록됐다. 연구재단은 KRI 등록 연구자 전체를 대상으로 와셋 참여 기록을 조사했다. 학회 참여 실적 등록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는 최소치다. 앞으로 교육부 등 확대 조사가 끝나고 '오믹스' 등 유사 학회로 대상을 넓히면 참석자는 늘 것으로 보인다.
연구계는 행사 복수 참석자는 학회가 정상 운영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도 다시 참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 대학 교수는 “와셋 정보는 어느 정도 공유됐다”면서 “한 번 참석했다면 바로 부실 학회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복수 참석자는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재단도 이를 감안해 복수 참석자는 별도로 조사할 계획이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복수 참석자가 부실 학회임을 알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 대상으로 소명 절차를 밟은 뒤 제재 수위를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와셋은 논문 제출자 학위나 연구 실적 등을 적절한 검증이나 심사 없이 학술지에 싣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유사 학술대회를 개최한 단체다. 연구 실적을 만들고 부풀리기 위한 목적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참석자가 늘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