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BMW 디젤차 첫 화재 이후 현재까지 공개된 화재사고만 40건에 달한다. 두 건은 BMW코리아로부터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이다. 소비자 불안과 불신이 커진 가운데 BMW는 사고원인으로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쿨러 등을 지목했다. 반면에 국내 전문가는 EGR쿨러 문제 이외에 '부품' 및 '엔진 설계' 결함과 '소프트웨어 오류'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19일 국내 자동차 업계는 BMW 디젤차 사고 주원인으로 'EGR 바이패스 밸브 작동 결함' 'EGR 모듈을 포함한 엔진 설계 결함' 'ECU(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에 의한 EGR의 무리한 작동' 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한 민간조사단은 EGR 바이패스 작동 결함을 입증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 현장 테스트를 실시한다. 국토부 민관 조사단도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과 아닌 차량, 리콜 대상과 아닌 차량 등 다수 차량을 확보하는 대로 배기가스 배출량과 당국에 신고한 수치와 차이가 있는지 등 소프트웨어 문제를 조사할 방침이다.
국내 전문가집단은 BMW 본사가 사고 원인으로 제시한 내용을 근거로 원인을 파악 중이다. 이달 초 방한한 요한 에벤비클러 BMW 수석부사장은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기 위해선 쿨러 누수, 긴 주행거리, 장시간 주행,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 등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면서 “주행 중인 차량에 화재가 난 것은 EGR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 현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국내 전문가는 EGR 바이패스 작동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BMW 정비 지침서에 따르면 냉각수온 50도 이하에서만 열려야 할 EGR 바이패스 밸브가 고속주행에서 열리면서 600도가 넘는 배기가스가 유입, 플라스틱 소재 인테이크 파이프를 녹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배기매니폴드로부터 최대 500~600도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상시엔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야 하는데 BMW 발표에선 이 밸브가 열렸고, 이후 이 가스가 엔진룸으로 유입됐다”면서 “열리지 말아야 할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게 배기가스 압력에 의한 오작동인지, 애초부터 부품 결함인지 등을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팀은 이달 중에 해당 샘플 차량 다수를 확보해 현장 테스트 등 원인 규명에 나설 계획이다.
EGR를 포함한 '엔진구조 자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BMW가 실시하는 개선된 EGR쿨러 교환이 현재는 최선책이지만 EGR쿨러 이외 바이패스 밸브, 엔진오일(가스)를 액화시키는 세퍼레이터나 엔진 구조적 설계 결함 가능성도 제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BWM 520d 등 리콜 대상 차량은 다른 디젤 차량에 비해 배기구부터 EGR모듈까지 짧아 열관리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설계 돼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화재 원인이 EGR 결함 등 하드웨어 문제가 아닌 소프트웨어 변형 때문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제조 당시 같은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지만 수입이나 수출 후 판매 시기나 각국 규정 등에 따라 변형될 수 있다”면서 “무리하게 프로그램을 변경하다가 임계치를 넘으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표】BMW 디젤차 화재 사고 관련 원인 분석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