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광풍이 불면서 블록체인은 인터넷 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 다가섰다. 암호화폐가 일으켰던 사회적 파장이 커 '블록체인=암호화폐' 라는 오해와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해 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미래는 밝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는 블록체인 기술 시장 규모에 대해 2021년까지 최소 16억달러에서 31억달러 성장을 예상했다. IDC는 전체 블록체인 시장을 2017년 7억 3600만달러에서 2022년 108억6000만달러로 전망했다.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은 최종 사용자 대상으로 7개 블록체인 시장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55.9%에서 최대 68.9%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성이 큰 블록체인은 세계 각국 정부와 산업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국내 블록체인 전문가는 블록체인이 아직 개념 증명 프로젝트 단계로 세계적 추세에 1년 정도 뒤졌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이뤘던 성공 DNA가 있기에 가능성도 크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 주요 인사에게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현재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 강국이 되기 위한 방안과 조언을 들어봤다.
"온라인투표 등 공공에 우선 적용 전문인력1만명∙기업100개육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융합정책관을 맡고 있는 최영해 국장은 “6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 목표는 국내 산업 혁신, 디지털 신뢰사회 구축으로 블록체인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 전략은 공공부문 우선 적용과 공공서비스 효율화 및 우수사례 발굴을 위한 블록체인 공공선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최 국장은 블록체인 관련 주요 사업에 대해 “온라인투표, 소고기 이력관리, 간편 부동산 거래, 외교문서 전자문서화, 개인 통관, 컨테이너 운송 효율화 등 6개 과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 지원센터도 구축해 선진국 대비 90% 수준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블록체인 놀이터 운영 등을 통해 전문인력 1만명 양성과 산업발전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문기업 100개 육성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오해와 부정적 인식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최 국장은 “국민이 블록체인 기술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공동ID, 사회나눔, 중고차 이력관리, 안전한 먹거리, 투명한 음원 유통, 신뢰 기반 중고 고래 등 민간주도 블록체인 국민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동향 소개 콘퍼런스, 시범사업 성과 전시회 등 관련 행사를 집중 개최하는 블록체인 진흥 주간을 매년 정례화할 계획도 있다. “최근 가상통화 과열로 인한 논란을 겪었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효율적이고 투명한 디지털 신뢰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에 대해 최 국장은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기업 육성을 위해 내년부터 클라우드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 서비스(BaaS) 지원, 청년·예비창업자 대상 블록체인 공모전 개최와 아이디어 구체화를 위한 자금 지원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 국장은 “블록체인은 ICT 강점이 있는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조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민·관 협력 전략적 기술 개발을 위한 적극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생태계 활성화 위한 고민 필요, 비즈니스 활용 네트워크 구축 시급"
박세열 한국IBM 블록체인 기술리더(상무)는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화폐'에 활용한 하나의 응용 사례일 뿐인데 블록체인에 대한 편협한 인식은 산업 발전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고 평했다. 박 상무는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디지털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 자산을 특정 비즈니스 목적으로 허가된 참여자들이 동시 공유해 신뢰성을 바탕으로 비용과 복잡성을 줄여준다. 암호화폐도 외국환 송금과 결제 등 디지털 거래 시 유용하게 사용된다. 최근에는 거버닝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도입돼 다양한 비즈니스에 적용되고 있다”며 블록체인의 유용성을 강조한다.
지난해까지 블록체인 기술 테스트 프로젝트가 진행됐다면 올해는 실제 비즈니스 활용을 위한 네크워크가 구축되고 있다. IBM은 블록체인을 IBM 공급망에 활용해 재고 문제나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9개 유럽 대형 은행이 무역 금융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트레이드(we.trade)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박 상무는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이 개념증명 프로젝트 단계에 있다. 국내 기업이 블록체인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하려면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고민과 최소한의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IBM은 하이퍼렛저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참여해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IBM은 블록체인을 금융, 의료, 공공 등 규제가 많은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안전한 플랫폼으로 개발했다. 세계 600개가 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진행과 함께 에버렛저, 머스크, 노던트러스트, 월마트 등 많은 글로벌 기업에 IBM 블록체인을 적용했다. IBM은 최근 국내에 블록체인 개러지(Garge) 서비스를 오픈하고 글로벌 블록체인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기업의 효과적 블록체인 도입 방안에 대해 박 상무는 “블록체인은 비즈니스에 적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면밀히 검토한 후 도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블록체인에 많은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 집단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기술 탄생∙실패 '과도기' 전략적 비즈니스 플랜과 실행이 성공 열쇠"
김종환 블로코 상임고문은 “인터넷 붐이 일 때 수많은 기업이 앞다퉈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현재는 큰 주자만 남아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지금 버블 당시보다 규모와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 블록체인도 그와 유사하며 현재는 과도기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블록체인 열풍에 대한 의견을 내비친다. 김 고문은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에 뛰어들고 실패도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주자들이 교체되는 과정 속에 블록체인은 다양한 산업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수많은 블록체인 밋업이 투자설명회 성격이 짙다는 우려에 대해 김 고문은 “1년 이내에 탈중앙화된 앱인 디앱(DApp)에 의해 서비스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 투자설명회 형식은 배제될 것”이라면서 “토큰 가치가 코인 순위가 되었지만 메인넷 트랜잭션 수나 애플리케이션 실 서비스가 정상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CO 관련해서는 공정한 거래를 위한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블로코는 기술기업으로 50여 고객사를 확보하고 상용 서비스와 블록체인과 연동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개발자에게 익숙한 SQL 기반 스마트컨트랙 엔진 'aergo sql'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금융이나 물류 등 대규모 기업 블록체인 기술 적용 주요 파트너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홍콩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 지사를 설립해 글로벌 사업 확대와 함께 국제 표준화 기구를 통한 서로 다른 블록체인 연동 등 표준화 활동 중이다.
블록체인 기업 성공 요소에 대해 “블록체인은 GPT(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어떤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이 자동차로 인해 편해지는 것처럼 블록체인이 사용자에게 어떤 이득을 주느냐에 달렸다. 실제 블록체인 기술로 성공하기보다 비즈니스 전략과 팀, 다양한 액션 등 일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준비가 잘 되어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블록체인 기술∙경제∙법률 전문가 양성 정확한 기술 이해∙구체적 목표를 세워야"
박성준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 전문가는 핵심 원천기술인 합의 알고리즘 등 블록체인 기술 연구 및 개발과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인 디앱(DApp) 개발, 블록체인 기반 경제생태계 연구, 블록체인 관련 법·제도 연구 등 크게 4가지 분야 전문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정확한 블록체인 정의가 합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개발자는 있지만 블록체인 자체를 만드는 전문가, 블록체인 경제생태계 및 블록체인 관련 법·제도를 연구하는 블록체인 전문가가 부족하다”면서 블록체인 원천기술과 경제 및 법률 전문가 양성 시급함을 강조한다.
“블록체인 전문가 양성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제로 어떤 전문가를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 및 교육 방법 등 실효성 있는 전문가 양성이 가능하다”고 박교수는 말한다. 여기에 교육전문가 양성 또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도 제대로 된 교육전문가가 없다면 문제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블록체인 전문가 양성을 위해 동국대에 블록체인 석사과정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 40명 석사과정 대학원생은 블록체인 총론, 퍼블릭/프라이빗 블록체인, 블록체인 알고리즘, P2P 네트워크 등 오로지 블록체인 전공 16개 교과 과정만을 밟는다. 이론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산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로부터 실무도 교육받아 기술력을 갖춘 국제적 블록체인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부했다.
“제대로 된 블록체인 전문가를 양성하려면 학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 육성에 편식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학계에서는 원천기술 분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을, 산업계에서는 응용 서비스 개발에, 정부에서는 정책과 제도적인 뒷받침과 지원을 공동으로 진행할 때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블록체인 전문가가 양성된다”고 조언했다.
이향선 전자신문인터넷기자 hyangseon.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