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이 한국 과학기술계에 도전적이고 창의 연구를 뒷받침하는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대학과 공공연구소와 함께 국내 기초과학 연구를 위한 저변을 다졌다. 삼성은 2022년까지 약 1조원을 추가 투입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공지능(AI)·5G·사물인터넷(IoT)·바이오 미래 핵심기술을 육성한다.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은 그동안 기초과학 분야 149건, 소재기술 분야 132건, 정보융합기술(ICT) 분야 147건 등 총 428건 연구과제에 모두 5389억원 연구비를 지원했다. 서울대·KAIST·포스텍 등 국내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고등과학원 등 공공연구소 46개 기관에서 교수급 1000여명을 포함해 총 7300여명 연구인력이 참여한다.
삼성은 2013년 8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기초과학 담당)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소재·ICT 담당)를 설립했다. 민간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연구지원사업을 진행했다. 향후 2022년까지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미래 과학기술 연구에 지원할 예정이다.
삼성은 미래기술육성사업이 △공정한 과제 선정 △마음 놓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유연한 평가·관리 시스템 도입 △연구 과제가 국내 기업 혁신이나 창업 등으로 이어지는 오픈 이노베이션 지원으로 새 연구문화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민간기업 최초 연구지원사업으로 국가에서 지원하기 힘든 도전적인 연구를 지원하고 우수한 신진 연구자를 발굴하는 효과도 거뒀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AI·IoT·5G 등 4차산업혁명 기반 기술 지원을 확대한다. 이를 학계·산업계에 공유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체제를 구축한다.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지난 5년간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바이오, 로봇,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초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이싿.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항암 표적치료 연구가 대표 예다. 윤 교수 항암 표적치료가 성공하면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 새 전환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약사가 표적치료제 개발에 투입하는 시간·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것은 물론 암 환자 경제 부담과 치료 부작용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윤 교수 연구과제는 창업 멘토링, 투자 소개 등 지원을 통해 벤처기업 창업으로 이어졌다. 윤 교수는 2016년 벤처기업인 '㈜프로티나(대표 나유진)'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해외특허 10건을 등록하고 100억원 이상 투자(정부지원 연구비 포함)를 유치했다.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학계에서 시도된 바 없는 선형 운동을 하는 전기장 구동 고분자 액추에이터(원동기)를 연구하고 있다. 박 교수 연구가 실현되면 웨어러블 로봇이나 장애인을 위한 인공 근육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올해 후속지원 과제로 선정됐다. 박 교수는 앞으로 4년 더 연구에 매진한다.
백정민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번개 원리를 이용한 마찰 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가 실현되면 배터리 없이 웨어러블 기기를 구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백 교수 기본 특허를 매입하고 개량 특허를 공동출원 하는 등 상용화에 주력한다.
김재준 포스텍 IT융합학과 교수는 기존 딥 러닝이 서버에 구축된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각각 기기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 전용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제가 성공하면 딥 러닝 칩 활용 새 분야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미래기술육성사업이 시행 5년 동안 지켜온 원칙을 통해 국내 연구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제를 선정할 때 심사 전문성,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연구자는 아이디어 위주로 2장짜리 연구 제안서를 작성한다. 공정성을 위해 연구자 이름과 소속을 숨긴다. 과제 혁신성과 도전성을 중심으로 심사위원이 1박2일간 합숙하며 집단 토론을 통해 서면심사를 진행한다.
서면심사를 통과한 과제는 영문 20장으로 구성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심사는 해당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1시간 동안 질의 응답을 통해 연구과제 혁신성, 수행능력 등을 종합 평가한다.
해외심사는 노벨상 수상자가 포함된 해외 심사위원단이 글로벌 경쟁력을 심사한다. 국내외 심사를 모두 통과한 과제가 최종 선정된다. 심사위원은 국내 약 1600명, 해외 400명 규모다. 매회 30% 이상은 신규 심사위원으로 구성한다.
연구자가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도록 유연하게 과제를 운영한다. 연구자는 연구 주제, 목표, 예산, 기간 등에 대해 자율적으로 제안한다. 연구 목표에는 논문, 특허 개수 등 정량적인 목표를 넣지 않는다. 연구비는 연구 상황에 따라 조기집행과 이월이 가능하다. 초기에 설비 투자가 많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에 맞춰 지원한다.
매년 연구보고서 2장 이외에 연차평가, 중간 평가 등을 모두 없앴다. 연구자가 자율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결과 창출된 모든 지적재산권에 대한 소유권은 대학 또는 연구수행기관이 가진다.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한 결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실패 원인을 지식 자산으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운영한다. 기술과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출원·창업 지원을 통해 연구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돕고, 이 성과가 국내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경험을 외부에 제공한다.
특히 ICT와 소재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기술 확보와 인력 양성에 필요한 기술을 대상으로 하는 지정테마를 시행한다. 기술과 인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산업계 전체가 혁신하고 성장하도록 측면 지원한다.
△기업과 연구자 간의 R&D 교류회를 통해 기업은 기술을 수혈하고, 연구자는 연구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 △50여명의 지정 전문 변리사를 통한 특허 출원 지원 △투자 알선과 마케팅 지원을 포함한 창업 멘토링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심사위원장)은 “기존에는 대학에서 출원한 특허는 기술을 공개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삼성전자의 특허 인프라를 이용해서 교수들의 특허 품질을 높이는 일은 연구성과를 극대화하는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리서치 심포지엄(GRS)을 개최해 연구 성과를 세계의 석학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진다. 연구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연구 성과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도록 지원한다.
2017년에 수리과학, 물리학, 화학 분야에서 세 차례 개최된 GRS는 노벨과학상 수상자 등을 포함하여 국내외 연구자 220명이 참석했다. 참여한 연구자는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연구 내용과 비전을 알리고 심도 있는 토의를 할 수 있어 도움이 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올해부터는 '연구의 글로벌화'라는 GRS 취지를 살리고 해외 석학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분자신경과학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해외로 무대를 넓힌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국가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지원한다. 국가 미래미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한다. 육성된 기술 인력과 연구 성과가 삼성 외에도 다양한 기업·대학·연구소·스타트업 등에서 활용하도록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장재수 미래기술육성센터 전무는 “연구비 지원뿐만 아니라 삼성 경험을 활용한 차별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 성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양 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지난 5년간 연구풍토를 바꾸고 새로운 연구지원 모델을 정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새 분야를 열거나, 난제를 해결하려는 큰 목표에 도전하는 과제를 선정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