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뒤처진 우리나라 의료 빅데이터 체계 개선을 강력히 주문했다. 활용은 뒷전이면서 갈수록 강화되는 정보보안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의료정보기술(IT) 기업도 4차 산업혁명 신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병원 규제 개선을 요구했다.
전자신문과 의료정보리더스포럼은 공동으로 10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소프트웨이브 2018 부대행사로 '제1차 의료정보리더스포럼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전국 주요병원 CIO와 정부기관, IT기업 관계자 160여명이 참석해 의료정보 규제, 활용방안, 협업 등을 논의했다.
의료정보리더스포럼은 작년 11월 전자신문과 대한의료정보학회가 발족한 국내 유일 전국 종합병원 CIO 모임이다. 병원 의료정보 전략을 수립하고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총괄하는 의료정보실장급 보직교수로 구성됐다. 종합병원급 CIO까지 참여 대상을 확대해 의료정보 관련 국내 최고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했다.
행사는 분기별 개최되는 병원 정보화 현안 세미나에 논의된 내용을 콘퍼런스로 확장해 공유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관리와 보안' 주제로 병원CIO와 정부기관, IT기업이 참여해 부분별 현안을 소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한의료정보학회가 후원했다.
IT기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데이터 기술적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병원은 데이터 보안 현안을 소개했다. 권필주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수석컨설턴트는 '스마트헬스케어 시대, IT 가치를 높이는 데이터 관리 방안'을, 신용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는 '클라우드 통한 의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발표했다. 병원에서는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CIO가 '의료정보보호 이상과 현실'을, 박종하 울산대병원 CIO가 '의료정보보호 난관과 제약'을 공유했다.
병원과 기업 모두 4차 산업혁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 개선과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데이터 관리 목적은 활용에 있다. 환자 의료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고 광범위하게 신약·의료기기 개발에도 활용한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이 활용을 가로막다보니 동기부여가 어렵다. 병원 IT 투자가 확대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된다.
박래웅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은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일정 조치를 취하면 활용에 제약을 두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의료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다”면서 “세계가 의료 데이터 활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데이터 쇄국정책에 갇혀 추후 인공지능(AI)까지 수입에 의존해야 할 처지”라고 비판했다.
권필주 수석컨설턴트는 “의료정보는 주민등록번호와 달리 새로 바꿀 수 없는데다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일한 정보”라면서 “이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환자 개인 맞춤형 정보와 서비스까지 제공 가능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가로 막는다”고 말했다.
활용은 제약하지만 정보보안 요구사항은 갈수록 커진다. 정보보호 규정 강화 때문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병원은 보안 포함 IT예산을 '삭감 1순위'로 본다. 지방병원은 보안전문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
황희 CIO는 “정보보안 유사 인증이 많아 병원 부담이 가중된다”면서 “대부분 인증이 병원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획득에 필요한 예산과 전문인력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박종하 CIO도 “병원 내 IT부문은 수익이 없다보니 사고가 발생해 피해를 일어나기 전까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의료정보 중요성을 인지해 초기 투자를 일부 지원하고 병원 내 의료진도 정보보안 중요성을 인지하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